현대중공업은 작년 6월 강릉에 6성급 씨마크호텔을 개장했다. 이 호텔이 자랑하는 시설 중 하나는 한옥 스위트 객실인 호안재다. 호텔 측은 "품격 있는 휴식과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급 한옥 객실을 선보이기 위해" 호안재를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에 앰버서더호텔 그룹은 인천 송도에 건물 전체가 한옥인 경원재 앰버서더호텔을 오픈했다. 2만 8000㎡의 넓은 부지에 총 30개 객실의 객실동과 영빈관, 한식당 건물을 갖춘 이 호텔은 한옥 호텔로서는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호텔신라도 장충동 부지에 대규모 한옥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호텔업계에 '한옥 붐'이 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여행객들은 여행 중에 현지 문화를 접하기를 원하는 경향이 강한데, 한국을 방문한 이들은 한옥에서 숙박하며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한옥 시설은 호텔의 품격을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호텔이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냄으로써 기업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다. 한옥의 이러한 홍보 가치 때문에 호텔을 운영하지 않는 대기업도 별도로 한옥 영빈관을 마련해 외국 귀빈을 접대한다.

앰버서더호텔 그룹이 인천 송도에 오픈한 한옥호텔 '경원재 앰배서더호텔' 전경. 호텔 입장에서 한옥은 호텔의 품격을 상징한다. 하지만 호텔 업계의 한옥 수요만으로는 한옥 건축을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육성할 수 없다. 대중적 수요 창출을 통해 국내 시장의 영세성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전통문화의 산업화는 구호에 그칠 것이다.

호텔과 대기업이 한옥 시설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노력은 반갑다. 하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옥 활용이 관광객 유치와 기업 홍보 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서울 은평뉴타운 등 일부 지역에서 단열기법, 조립식 건축 등의 신기술을 접목한 新한옥 단지가 조성되고 있지만, 서울시 전체를 보면 한옥 가구 수는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한옥 건축 인력 대부분이 기존 한옥을 보호하고 보전하는 일에 집중되어 있고, 신규 한옥을 건축하는 일은 한옥호텔, 한옥마을, 공공건물 등 몇몇 특정 사례에 한정된다. 일정 수준의 대중적 수요가 일어나고 전문 건설 기업이 참여하는 구조의 한옥 산업화와 시장화는 아직 먼 얘기다.

한옥뿐 아니라 거의 모든 전통문화 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2007년 한글, 한식, 한복, 한옥, 한지, 국악을 6대 '한(韓) 스타일'로 지정하고 육성 계획을 발표했지만, 어느 한 분야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국내 시장의 영세성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한 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특히 어느 정도 대중적 수요가 있는 한식이 세계 수준의 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이 의아하다. 전 세계적으로 외식 인구가 늘어나면서 해외 시장에서도 비빔밥, 불고기, 떡볶이, 삼계탕 등 몇몇 한국 음식의 인기와 수요가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한식 세계화' 사업의 목표인 한식 파인다이닝(Fine Dining) 레스토랑의 확산은 아직 요원하다.

원인을 찾아보면 한식 역시 다른 전통문화 산업과 마찬가지 '국내 시장의 영세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고기, 회, 설렁탕 등 특정 요리를 먹기 위해 식당을 찾는 문화에 익숙하다. 단품 요리 중심의 국내 한식 시장에서 셰프가 추천하는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파인다이닝은 낯설다.

국내 한식 파인다이닝 시장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고, 그 중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식당이 속속 생긴 후에야 한식 세계화를 논할 수 있다. 한국에 없는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해외에서 성공하리라는 기대는 상식에 맞지 않는다.

전통문화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전통문화를 보전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개성과 문화를 중시하는 선진국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기술력 이상의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서울시가 최근 발간한 에서 네이버 김상헌 대표이사는 한국 사회의 고유한 생활문화가 IT 기업에 많은 비즈니스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료 문자 메시지 시장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와 우리 고유의 음식 배달 문화에 IT 기술을 접목한 '배달의 민족' 등이 한국의 특수성을 사업에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통문화 또한 다른 나라 기업이 모방하기 힘든 우리 기업의 콘텐츠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통문화의 산업화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다.

한옥과 한식의 사례에서 보듯, 전통문화 산업이 부진한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전통문화를 즐기지 않는 데 있다. 대중화를 통해 시장 수요를 창출하지 않는다면, 전통문화의 산업화와 세계화는 구호에 그칠 것이다.

기업은 기업 이미지와 품격을 높이기 위해 전통문화를 활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참신하고 보편적인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고, 소비자는 품질과 가격이 같다면 전통문화 상품을 구매하는 애정과 관심을 보여야 한다. 전통문화를 생활화하는 것이 전통문화 산업을 육성하는 첫걸음이자 개성과 문화가 중시되는 포스트모던 이코노미 체제에서의 경쟁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