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권순철의 '갯펄 아낙'.

단색화 다음은 민중미술일까? 최근 몇 년간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단색화를 이어 미술 시장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장르로 '민중미술'을 조명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중미술은 1980년 한국 민주화운동이 격렬했던 시기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은 그림이다.

올 초 한국 1980~90년대 미술을 주목하는 전시가 잇달아 열린다.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Ⅱ―리얼리즘의 복권'전(展)이 그 시작이다.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28일부터 열리는 이 전시엔 권순철, 신학철, 민정기, 오치균 등 한국 리얼리즘 대표작가 8명의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학고재 갤러리도 민중미술 대표화가인 주재환(3월)과 신학철(9월)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북서울미술관은 5월 '사회 속 미술'전(가제)를 연다.

'리얼리즘의 복권'전에는 '임술년-구만팔천구백십이'의 창립 멤버인 이종구(62)의 작품도 등장한다. 리얼리즘 미술운동 초창기인 1982년에 만들어진 '임술년-구만팔천구백십이' 그룹에서 활동한 이씨는 쌀부대 위에 아크릴로 자신이 살던 마을 농민의 모습과 표정을 그렸다. 서양화가 황재형(64)은 농촌, 탄광촌 사람들의 굴곡진 얼굴을 주름살 하나까지 생생하게 묘사했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그동안 민중미술은 정치색을 띠어 예술성이 떨어진다고 간주했지만 실제로는 뛰어난 작품이 많다"며 "해외에선 한국의 한 시대를 보여준 '한국 리얼리즘'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은 "해외에서 알려진 단색화 작가들은 대부분 80대"라며 "50~60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리얼리즘 전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