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낮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삼계탕집. 강추위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스궈런!(네 명이요!)"이라며 가게 입구에 들어섰다. 가게 직원은 "4명 들어갑니다"라며 손님들을 안내했다. 12시 40분쯤 되자 300석짜리 가게 본관이 가득 차고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 한국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이틀 전 홍콩에서 왔다는 리안티안(23)씨는 "인터넷에서 '한국에서 삼계탕을 꼭 먹어봐야 한다'는 글을 봤다"며 "한국에서 먹는 삼계탕이 더 살아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대만 관광객 린주인(27)씨는 "3년 전 혼자 한국 여행을 왔다가 먹어보고 친구들 3명과 함께 다시 삼계탕을 먹으러 왔다"며 "한국 삼계탕에는 인삼, 닭고기, 밥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삼계탕이 케이푸드(K-FOOD·한국 음식)의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
◇삼계탕 對美 수출, 1년 새 세 배 급증
1983년부터 서울 종로구에서 삼계탕을 팔아온 '토속촌'의 정성훈(38) 사장은 "하루에 적게는 2000그릇에서 많게는 3000그릇을 파는데 요즘 전체 10명 중 4명은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외국인은 여름보다 겨울에 삼계탕을 더 많이 찾는다는 점이다. 삼계탕이 인기를 얻자 아워홈은 외국인들이 해외로 쉽게 반출할 수 있도록 작년 11월부터 인천공항에서 진공 상태로 포장한 삼계탕을 팔고 있다. 김줄기 아워홈 인천공항사업팀장은 "한 달에 700~750개의 삼계탕이 팔리는데 중국인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삼계탕은 외국 현지서도 인기 품목이 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삼계탕 수출량은 2196t(985만달러)으로 2014년 대비 28% 정도 늘었다. 한·일 관계 냉각으로 지난해 일본에 수출한 삼계탕은 2011년(2272t)의 3분의 1 수준(888t)으로 줄었다.
하지만 2014년 8월 미국 시장 개방 후 그해 202t 남짓하던 대미(對美) 삼계탕 수출량은 지난해 570t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은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 삼계탕 수출 2위 시장이 됐다. 한창회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장은 "미국에는 한국·중국·대만·홍콩 등 아시아계 인구만 1400만명으로 기본 수요가 튼튼하다"고 말했다.
◇삼계탕으로 중국 식품 시장도 공략
정부와 관련 업체들은 삼계탕을 내세워 해외시장을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유력한 시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식품 수출 길이 넓어진 14억 인구의 중국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와 식품 기업들이 '삼계탕=건강식(食)'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시장에 적극 나설 채비다.
지난해 일본·미국·홍콩 등에 310만달러(약 37억원)의 삼계탕을 수출한 하림은 올 상반기 중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최장순 하림 해외사업부장은 "중국 검역 당국의 실사(實査)를 받는 등 중국 시장 진출에 필요한 조건을 차근차근 갖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식 코트라 전략마케팅본부장은 "중국에서 한국 음식은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민관이 삼계탕 수출에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