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지난 주말 출국했습니다.”

금융소비자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배임·횡령·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월 18일. 최 회장은 한국에 없었다.

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참석차 출국한 것이다. SK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1월 18일 오전 SK 전용기편으로 다보스를 향해 날아갔지만, 최 회장은 다른 일정으로 따로 출국했다고 한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 불륜·혼외자 고백을 한 이후 자신만의 동굴 속에 들어가 ‘은둔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성난 여론은 최 회장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 회장도 고통스러울 것이다. 재계도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양심 고백을 했다는데···”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최근 ‘은둔 경영’을 하는 최 회장 때문에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뒷 맛이 개운치 않다. SK는 지난달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인수합병(M&A), 지원 등을 전담하는 통합금융솔루션팀을 만들었다. 이 조직의 리더로 은진혁 전 인텔코리아 사장을 영입하기로 했다.

은 전 사장은 ‘검증되지 않은 회장 측근 낙하산’이라는 비난이 일자, SK의 스카웃 제의를 거절했다. SK 역시 “은씨의 영입은 없었던 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월 4일 열린 SK그룹 신년회에서 취재진의 관심은 SK가 제시하는 목표나 비전이 아니라 최 회장이었다. 그는 100명 이상의 취재진을 피해 행사 시작 직전 비밀통로로 행사장에 입장했다. 올해 79세의 정몽구 회장이 기자들 앞에서 당당히 현대차그룹의 목표를 밝힌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최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별 사면 이후, 4개월 동안 지구를 한바퀴 도는 현장경영으로 재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연말에는 산타 복장을 하고 소외된 이웃을 찾았고, 전통시장에서 송년 모임을 가진 직원들을 찾아 격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편지 고백’이라는 최 회장의 돌출 행동은 예상치 못한 ‘오너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최 회장은 지금 세계 정·관·재계 인사가 총출동하는 다보스포럼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참석 중이다. 그가 ‘세계 속의 한국’을 알리는 기업인 보다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다보스의 가십거리가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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