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좌)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우).

작년 연말 최태원(56) SK그룹 회장의 ‘편지 고백’ 파문이 새해 들어 예상하지 못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SK그룹 이미지가 추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금감원이 최근 최 회장의 내연녀 김모(41)씨의 부동산 거래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민간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18일 최 회장과 김씨를 외국환관리법 위반, 조세포탈, 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과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일파만파 번질 가능성도 있다. 재계와 그룹 관계자들은 숨 죽이며 사태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최 회장은 작년 12월 29일 언론에 보낸 편지를 통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았다”며 내연녀 김모씨와의 사이에 7살 짜리 혼외자가 있음을 고백했다.

최 회장은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밝히고 ‘결자해지’하려 한다.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 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겠다”고 했다.

◆’회장님의 그 분’ 리스크 돌출...금감원 “김씨 부동산 거래 조사 중”

최 회장의 고백 이후 인터넷 등에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최 회장이 ‘그 분’이라 지칭한 김씨 관련 의혹이 쏟아졌다.

김씨는 ‘싸이월드'와 미국 거주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 ‘뉴저지 싸이녀'로 알려진 인물로 확인됐다. 상당한 미모에 유명 가수, 탤런트와 친분을 과시하고,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유명세를 탔다. 2012년 6월 인터넷 사이트에 최 회장과의 관계를 암시한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좌)과 내연녀 김씨(우).

하지만 특정 직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김씨가 고가 아파트들을 매매해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 회장과 SK그룹의 부당 지원 의혹이 불거졌고, 급기야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했다.

조선비즈 취재 결과, 김씨는 2008년 1월 SK건설이 지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A아파트(전용면적 243㎡)를 15억5000만원에 매입한 뒤 2010년 4월 SK그룹 싱가포르 계열사인 버가야인터내셔널에 24억원에 되팔아 8억5000만원의 매매 차익을 얻은 사실이 확인됐다.

버가야인터내셔널은 5년 뒤인 작년 12월 22일 매입가(24억원) 보다 25%(6억원) 싼 18억원에 아파트를 팔았다. 최 회장이 김씨와의 혼외 관계를 고백하기 일주일 전이다.

김씨가 2014년 11월 서울 이태원의 B아파트를 SK 하이닉스 납품 회사와 거래, 2억3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얻는 과정에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재벌 그룹 계열사가 개인 소유 아파트를 비싸게 사서 손해 보고 팔고, 부동산 거래를 잘 하지 않던 SK 납품 기업이 김씨로부터 아파트를 비싼 값에 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최 회장과 SK그룹의 지원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의 조사 착수 사실이 알려지면서 SK그룹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최근 “김씨가 아파트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탈세, 부당 거래,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 위법 사실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사실 확인 중임을 밝혔다. 금감원은 김씨와 버가야인터내셔널 등에서 부동산 매매 관련 자료를 제출 받아 조사할 예정이다.

김씨가 아파트를 사고 파는 과정에 최 회장의 자금이 들어갔는지, 김씨가 시세 차익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미국 시민권자인 김씨가 거래 대금 등을 한국은행에 신고했는지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금감원이 자금 출처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의혹이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외국환 거래법은 재외동포 등 국내 비거주자가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면 한국은행에 해당 금액을 신고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물리거나 외국환 거래 신규 거래 금지 처분 등을 내린다. 탈세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2년 이하의 징역)에 따라 형사 처벌될 수도 있다.

‘회장님의 그 분' 관련 의혹이 뭉개 구름처럼 커지자 SK 그룹 관계자들은 “최 회장께서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종교적 양심 고백, 고해 성사를 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들이 터지고 있어) 당혹스럽다"고 했다.

반포 아파트 거래에 대해서는 “합법으로 (거래를) 했고,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침묵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사옥 전경(좌)과 아트센터 나비

◆ 최태원 회장 ‘은둔 경영’...다보스 포럼 참석 등 일정은 비공개

최 회장은 고백 이후 대외 활동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경제계 신년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서울 서린동 본사에도 출근하지 않고 있다. SK 사업장과 모처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의 일정을) 전날까지 비서실에서 연락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 기수다. 항시 비상 대기하고 있다”고 했다. 노소영(55) 관장도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칩거 중이다.

최 회장은 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제46차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곧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전용기로 출국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언제, 어디서 출국할지는 비공개다.

최 회장의 다보스포럼 참석은 2013년 이후 3년 만이다. 올해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주제로 열리는데, 최 회장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룹에서는 최창원 SK가스 부회장, 임형규 SK텔레콤 부회장, 유정준 SK E&S 사장 등이 함께 갈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다보스 포럼에는 예정대로 가겠지만, 불륜·혼외자 파문이 잠잠해질 때까지 당분간 은둔 경영을 할 수 밖에 없다. 금감원 조사에서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면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참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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