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미니멀리스트 붐을 이끈 히지의 방. 마치 선방(禪房)을 연상케 하는 단순한 방에는 최신 휴대형 전자기기만 있다. 그가 소니의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한 모습. 텔레비전이 없어도 레코더를 연결해 방송을 볼 수 있다. 공포 영화도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다.

2011년 여름 부산 중구 보수동. 휴가 마지막 날 헌책방 거리를 찾았다. 200m 길이 좁은 골목에 서점 50곳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나는 그날 책 30권을 차 트렁크에 가득 싣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곤 책장에 가지런히 꽂아뒀다. 보기만 해도 뿌듯했다.

올해 초, 어느새 구석으로 밀려난 그 책들을 다시 꺼냈다. 열어보지도 않은 책이 10권이나 됐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읽지도 않을, 이 많은 책들을 왜 산 걸까?' 그날로 지인에게 주거나 버렸다.

물건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저마다 용도가 있고, 추억이 배어있기도 하다. 그러니 해가 지날수록 짐은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게 어때서?'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물건이 늘수록 정작 생활 공간이 줄어드는 게 문제다.

신간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는 자칭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다. 말 그대로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부류다. 그들은 정말 필요한 물건을 제외하곤 과감히 버린다. 저자는 자신도 한때 각종 수집에 빠져있던 '맥시말리스트(Maximalist)'였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짐을 비우면서 진정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비우면 행복해진다'는 주장에 덧붙여 저자의 몇 가지 변화를 적었다. 우선 집중력이 높아진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려면 그렇지 않은 일을 줄여야 한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를 예로 든다. 메시도 일종의 미니멀리스트다. 그는 한 경기당 평균 주행거리가 무척 짧다. 일반 선수들이 평균 10㎞를 뛰는 반면 메시는 8㎞를 달린다. 경기 중 걷고 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는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위해 체력 소모를 줄인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 핵심이 보인다.

신간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저자의 방. 잠을 잘 때만 미니멀리스트들이 애용하는 아이리스 오야마(일본의 생활용품 전문회사)의 에어리 매트리스를 편다.

자신의 욕망도 확실히 알게 된다. 어디까지가 필요한 물건이고 어디부터가 갖고 싶은 물건인지 구분할 수 있다. 식욕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식사량을 의식하면 필요 이상으로 먹지 않는다. 원하는 만큼만 먹음으로써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감각을 갖는다. 자연스레 살이 빠진다.

본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은 스티브 잡스다. 미니멀리스트였던 잡스와 애플에 대한 고마움을 에필로그에 따로 적었을 정도다. 이유인즉슨 잡스가 만든 아이폰과 맥북 에어 덕분에 많은 물건을 버릴 수 있었고, 원고를 어디서든 쓸 수 있었다는 것. 잡스가 좌선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는 구절을 보면 명상에 관심이 가기도 한다.

미니멀리즘과 관련된 각종 격언도 소개한다. '행복은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갖고 있는 것을 원하는 상태(하이만 샤하텔)',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법정)'과 같은 구절은 미니멀리즘의 개념을 잘 반영한다.

미니멀리스트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정보와 물건의 과잉,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공유 문화' 형성이 주된 이유다. 거기에 일본인인 저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덧붙인다. 지진과 쓰나미는 소중한 물건을 한순간에 못 쓰게 만들 뿐 아니라 흉기가 되기도 한다. 생존에 대한 절실함이 미니멀리스트를 만든다는 부분에선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저자의 옷장. 다운재킷과 양복이 한 벌씩만 있다. 흰색 셔츠와 바지도 최소 갯수만 유지한다. 그는 스티브 잡스처럼 '사복의 제복화'를 실천하고 싶다고 말한다.

◆인생이 가벼워지는 '비움의 기술'

본문에는 '비움의 기술' 수십 가지가 빼곡히 적혀 있다. 그중 몇 가지를 골라 소개한다.

①버린 물건과 방을 SNS에 공개하라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으로 '주변에 선언하기'가 있는데, 물건을 줄이는 데도 이 방법은 유용하다. 버린 물건과 정리 과정을 공개하라. 혼자서 할 때와 달리 주변의 반응도 있어서 동기 부여가 된다.

②추억은 디지털로 보관하라

인쇄물, 편지 모두 스캔해서 디지털화한다. 날짜와 장소를 폴더명으로 기록하면 찾기 편리하다.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파일을 저장해두면 어디서든지 열람할 수 있다.

③임시로 버려보라

버릴까 말까 망설이는 물건이 있을 때는 '임시로' 버려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버리려고 생각한 물건을 모아서 상자에 넣어두거나 벽장 속에 감춰두는 방법이다. 그사이에 필요해서 꺼내야 할 상황이 벌어졌다면 그 물건은 버리지 않아도 된다.

④한 가지를 사면 한 가지를 줄여라

'인 아웃(In-Out)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뭔가를 사고 싶다면 우선 한 가지를 버린다. 가령 옷걸이의 수를 결정하는 방법도 있다. 물건이 너무 많은 경우에는 하나를 사면 두 개나 세 개를 줄이는 일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단 지우개를 하나 버렸는데 전자레인지를 한 대 사겠다는 발상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사사키 후미오 지음|김윤경 옮김|비즈니스북스|276쪽|1만3800원

⑤사복을 제복화하라

쾌적하고 청결하게 지내는데 옷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딱 맞는 옷, 언제나 정해져 있는 제복과 같은 사복을 입고 지내는 것도 좋다. 옷 입는 감각을 표현하는 멋뿐만 아니라 정말 어울리는 옷만 입는 멋도 있다.

⑥물건의 용도를 한정하지 마라

한 미니멀리스트가 고안해낸 소파는 접은 매트리스를 벽에 딱 붙이고 베개나 쿠션을 의자 등받이로 사용하는 것이다. 물건에 대한 상식에서 벗어나야 물건을 줄일 수 있다.

⑦필요한 물건과 갖고 싶은 물건을 구분하라

어떤 물건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 물건이 자신에게 필요한지 아닌지 물어보면 대부분은 그냥 사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 '생각 버리기 연습'으로 유명한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은 갖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 가슴에 손을 얹고 가만히 생각해본 후 괴롭다고 느껴지면 그 물건은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갖고 싶은 것일 뿐이라고 했다. 여기서 '괴롭다'는 건 이미 충분히 가져도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