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김윤진씨는 아무 기별이 없습니다. 저는 지금 너무 절실한 때인데도요.

벌써 한 해가 넘어갔네요. '배우 김윤진한테 받은 선물'이란 제목으로 저를 소개하는 글을 올린 지가.

오랜만에 거울을 들여다보는 느낌일까요. 아니면 마음 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둔 '속살'을 꺼내 보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쨌든 자기 소개 글을 다시 읽는 건 '닭살' 돋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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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2015년 2월 24일

조선일보가 세로짜기 신문에서 가로짜기 신문으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콘텐츠의 하나로 내세웠던 섹션 이름입니다.

1999년 3월2일.

요즘 영화 '국제시장'에서 다시 조명받으며 뜬 김윤진씨가 첫 지면 프런트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신인 여배우 4인방을 소개하는 기사였습니다.

당시 조선일보 편집기자였던 저는 이 지면을 편집하기 위해 김윤진씨 사진 찍는 현장에 갔었습니다. 회사 7층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윤진씨는 정말 풋풋했습니다. 느낌이 팍 오는 여배우였습니다. 그 날 밖의 날씨가 얼마나 화창했었는지는 부연하지 않겠습니다.

그 다음날 지면엔 김혜수씨와 김병종씨가 등장했습니다. 저는 불행하게도 김혜수씨 사진 찍는 현장엔 가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기사와 사진, 그리고 제목이 '3위일체'가 되어 '느낌!' 섹션에 연일 살아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자신의 기억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음향처럼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지면 콘서트'의 장을 열었다고 할까요.

왜 15년도 더 지난 이야기를 꺼내냐고요? 그 때 그 시절 '느낌!'이란 섹션 이름 하나가 그날 이후 제 업무의 전반을 관통하는 기본 정신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2012년 2월3일. 신문에서 온라인·모바일로. 조선일보에서 조선비즈로. 기사전달 수단과 소속 회사는 바뀌었지만 제가 하는 편집업무는 바로 기사라는 콘텐츠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
16년 전 그 날 이후 저는 '어떤 느낌을 독자들에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습니다. '발과 머리로 쓴 기사'를 '가슴으로 읽게' 하기 위해서지요.

2015년 2월 23일.

김윤진씨와 김혜수씨는 더 이상 제가 다루는 기사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주로 경제 기사를 편집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저는 오늘도 조선비즈 기자들의 '풋풋한 기사'에 '느낌이 팍 오는' 편집을 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독자들 가슴에 와닿는 한 마디가 뭘까'

그 한 마디의 제목을 만들기 위해 제 영혼을 불사를 것입니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그렇게 우는 소쩍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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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2016년 1월 18일

김윤진씨가 너무 바빠서 제 글을 읽지 못한 걸까요. 아니면 읽었어도 선물 보낼 생각을 못했던 걸까요. 위의 글을 쓴 이후 김윤진씨한테 작은 선물 하나 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 선물이 몹시 필요한 때입니다. 나태해지고 타성에 젖어있고 감성이 고갈되고…

저는 작년부터 위클리비즈와 조선비즈 섹션 편집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실무를 하면서 처음엔 의욕적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그뿐. 어느새 내가 알고 있는 레이아웃, 여태까지 해왔던 제목 스타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영혼 없는 편집'이랄까요.

주는 사람 없으면 뭐 어떻습니까. 선물 안줘도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근사한 일 아니겠습니까.
염치 불구하고 오늘 이 글을 통해 또 한번 김윤진씨한테 선물 하나 가져가겠습니다. 다시 과거의 열정과 순수를 찾아야지요.

고맙습니다. 김윤진씨. 내년 이맘때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