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하는 ‘직방’에 38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소셜커머스 ‘쿠팡’과 호텔 예약 서비스 ‘데일리호텔’은 미국 대표 벤처캐피탈 회사인 세콰이어 캐피탈(Sequoia Capital)로부터 각각 1200억원, 2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직방 제공

필요할 때 차량을 부를 수 있는 ‘우버’나 출출할 때 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는 ‘배달의 민족’ 같은 실시간 주문형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앱 하나로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을 즉시 제공해주는 ‘온디맨드(on demand·주문형)’ 서비스가 모바일 업계 최대 ‘화두’가 된 것이다.

온디맨드의 핵심은 ‘실시간’과 ‘맞춤형’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원하는 제품·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같은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넷플릭스에서는 개인이 선호하는 드라마·영화 등의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시청할 수 있다. 이 같은 서비스는 동영상뿐 아니라 유통과 금융, 부동산 등 다양한 산업으로 퍼져 나가는 추세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스마트폰을 매개체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시장 규모가 지난해 15조원에서 내년까지 약 3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주요 모바일 기업들도 다양한 온디맨드 사업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는 “온디맨드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며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작년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즉시 제공하는 온디맨드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택시’,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 제주도에서 재배한 감귤을 배송해주는 ‘카카오파머 제주’ 등 다양한 온디맨드 서비스를 출시했다. 올해 출시를 목표로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서비스와 대리운전, 미용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또 인수·합병(M&A)을 통해 다양한 온디맨드 사업에 투자를 해왔다. 지난해 5월에 내비게이션 업체 ‘김기사’, 차량 수리 서비스인 ‘카닥’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최근에는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에 투자하면서 음악 스트리밍 사업도 추가했다.

네이버와 SK플래닛도 신성장 동력으로 O2O와 온디맨드를 꼽고,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네이버는 맞춤형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네이버의 ‘쇼핑윈도’는 해외 직접 구매와 역(逆)직구족들을 관심 매장과 연결해준다. ‘V앱’은 한류스타와 전 세계 팬들을 연결해준다. 팬들은 앱을 통해 좋아하는 한류스타의 공연이나 팬미팅 등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댓글을 달고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SK플래닛은 ‘11번가’를 운영하는 자회사 커머스플래닛을 흡수합병해 O2O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배달·숙박·세탁·청소·미용 등 생활에 밀접한 온디맨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음식 배달 앱 ‘배달의 민족’, 세탁물 수거·배달 앱 ‘크린바스켓’, 가사도우미 앱 ‘홈클’ 등이 잇따라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앞으로 온디맨드 서비스 종류는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온디맨드 서비스는 현재 음식점, 숙박, 택시 등에 몰려 있지만 앞으로 슈퍼마켓, 인테리어, 자동차 수리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