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 파트너십 체결, 아이돌 광고 공세로 승승장구하던 스베누가 최근 재정 압박과 고소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이유, AOA, 송재림···.’

가장 ‘핫'한 아이돌 스타 마케팅으로 단숨에 주가를 올린 패션 브랜드 스베누(SBENU, 대표 황효진)가 위기를 맞고 있다. 현금은 바닥을 보이고 있고, 스베누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납품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스베누는 대형 스타 마케팅으로 떴다. 아이유, AOA, 송재림 등은 물론이고 인기 TV 드라마와 유명 연예인들에게 엄청난 협찬 공세를 펼쳤다.

작년 5월 방한한 헐리우드의 떠오르는 스타 클로이 모레츠가 스베누 제품을 협찬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소셜 미디어가 떠들썩했다. 작년 11월엔 세계적인 축구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 축구팬들과 유통기업들을 깜짝 놀라게했다.

스베누 광고모델로 활동한 가수 아이유(왼쪽), 연기자 송재림(오른쪽).

2014년에 론칭한 신생 브랜드가 진행한 마케팅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의 파격적인 마케팅 공세였다.

스베누는 브랜드 론칭과 함께 ‘스타크래프트(StarCraft)’, ‘리그오브레전드(LOL)’ 등 유명 e스포츠 리그를 후원하기도 했다. 나이키, 뉴발란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 못지않은 초호화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었다.

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스타 마케팅, 스포츠 마케팅 덕분에 스베누는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빠르게 인지도를 쌓았다. 슈즈의 ‘S’와 전설 속 불멸의 새 ‘베누’를 합친 브랜드 이름처럼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갔다.

스베누 광고모델 AOA.

하지만 스베누가 뜨면 뜰수록 “자금 문제는 없을까”라는 우려가 커졌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스베누는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본 잠식 상태로 빠져들었고, 1988년생 청년 사업가인 황효진(28) 대표는 신발 제조 공장 업주, 가맹점주, 광고 에이전시 등으로부터 수백억원대의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젊은 사업가의 대박 스토리가 한낮의 꿈처럼 허무하게 사라질까?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현금성 자산 840만원에 불과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과도한 스타 마케팅과 지나치게 빠른 가맹점 확장 등 과욕이 화를 불렀다”고 입을 모은다.

스베누 서울 합정동 사옥 조감도.

스베누의 재무상태를 분석하면 2014년 12월 31일 기준 스베누의 현금성 자산은 840만원이 전부다. 정기 예금을 합쳐도 2300만원에 불과하다.

2014년 매출이 104억원임을 감안하면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1년 안에 환금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은 21억원이다. 그런데 58%(12억원)가 매출 채권이다. 운동화나 의류를 팔고 현금 대신 받은 카드 전표가 12억원 가량 쌓여있는 셈이다.

업종 특성상 매출채권 회수 기간이 빠르지만, 부채 상황을 고려하면 현금 흐름은 좋지 않다. 2014년 12월 기준 스베누의 유동부채(1년 내 갚아야 하는 빚)는 33억원이다. 유동 자산의 1.6배다. 1년 안에 환금할 수 있는 돈보다 빚이 12억원 많다는 뜻이다. 갑자기 자금이 필요하면 빌려야 하는 재무 구조다.

스베누 재무상태표(단위: 천원).

패션 유통업체들은 공장에서 상품을 살 때 주로 외상으로 결제하고 매입 채무로 분류한다. 물건이 팔려야 현금이 들어오고 그 돈으로 물건을 산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스베누의 매입 채무는 24억5600만원으로, 재무제표상으론 외상 대금도 제대로 결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인기 연예인들의 대거 출연하는 TV 광고, 오프라인 매장 100개 돌파, 서울 합정동 현대식 사옥 등 외형이 커지는 동안 회사 재무제표에는 빨간 줄이 급속히 늘어갔다.

급기야 작년 말 스베누에 신발을 납품했던 신발 제조기업 공장장은 스베누 본사 앞에서 자해 소동을 벌였다. 그는 “납품 대금 28억원을 내놔라”라고 절규했다.

◆ 매출액 대비 광고비 비중 20% 한해 PC 광고 100억원 훌쩍 넘어

스베누의 재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이유는 무리한 마케팅 비용 때문이다.

스베누 손익계산서(단위: 천원).

2014년 매출은 104억원, 매출 원가를 뺀 이익(매출총이익)은 29억원이다. 그런데 이렇게 벌어들인 돈 대부분을 광고선전비(20억7000만원)로 썼다.

급여와 건물 임차료 등 관리 비용(9억6000만원)을 제하면 오히려 2억원 적자다. 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하고 자본 잉여금은 아예 없다. 무리하게 광고와 마케팅비를 썼고, 그 대가로 자본금을 다 까먹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들었다.

2015년 상반기 PC 광고비 상위 10위 광고주.

스베누의 2014년 매출액 대비 광고비 비중은 20%나 된다. 패션업계에서 광고비 비중이 높기로 유명한 아웃도어 업체들의 평균 광고비 비중(5%)의 네 배나 된다.

광고로 승부를 보는 스베누의 전략은 2015년에 더 심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스베누의 한해 광고 비용이 1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 전문 업체인 메조미디어는 스베누가 2015년 상반기 지출한 PC 광고비가 82억8700만원이라고 13일 밝혔다. 125억원을 쏟아부은 게임업체 넷마블게임즈에 이어 2위다.

대기업인 위메프(76억원), 삼성화재(71억원), 한국피앤지(56억원), 삼성전자(49억원) 보다도 많다.

◆ 88년생 청년 사업가의 몰락"다음 주 기자 간담회 열 것"

자금이 바닥나자 한때 유망 청년 사업가로 불렸던 황효진 대표의 신화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1988년생인 황 대표는 인터넷 개인 방송 아프리카TV에서 ‘소닉’이라는 아이디의 BJ로 활동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관계자(왼쪽), 황효진 스베누 대표이사(오른쪽).

황 대표는 유명세를 바탕으로 2012년 ‘신발팜’이라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고, 2014년 스베누를 설립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전국에 스베누 매장 100여개를 세웠다. 이 무렵 인터넷 커뮤니티엔 황 대표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고가 사치품 시계, 수 억원을 호가하는 스포츠카의 목격담이 속속 중계됐다. 황 대표 스스로 ‘더블 H의 자동차 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자신이 보유한 고가의 스포츠카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황 대표가 자신의 블로그 ‘더블H의 자동차 이야기’에 올린 고가의 스포츠카 사진들.

사진에 소개된 페라리 스페치알레,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의 가격은 각각 4억3200만원, 5억7500만원대에 이른다. 황 대표는 블로그에 “요즘 (스베누) 매장이 계속 늘어나면서 정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온 것 같다. 가끔 드라이브하면서 스트레스를 열심히 풀고 있다. 이번연도 1500억원 매출의 목표를 정하고 진짜 죽은 것처럼 일하고 있다”고 썼다.

황 대표는 2016년 들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신발 제조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H사 고소장이 접수돼 황 대표와 스베누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황 대표가 200억원 규모의 납품 대금을 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황 대표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를 적용,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황효진 스베누 대표이사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과문.

서울 마포경찰서도 황 대표가 가맹점주들에게 72억원을 갚지 않았다는 고소장을 접수, 수사하고 있다. 서울 합정동 스베누 본사 앞에선 가맹 점주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스베누 관계자는 “다음 주 중 본사에서 공식 기자 간담회를 열고 모든 의혹에 대해 해명하겠다. 지금 회사에 불리한 이야기만 보도되고 있다. 중간에서 에이전시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화려한 광고로 단숨에 업계의 주목을 받은 스베누가 물거품처럼 사라질지, 아니면 성공 신화를 계속 써 내려갈지 유통업계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