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업체 에넥스텔레콤이 지난 4일부터 우체국에서 판매한 'A제로 요금제'가 일주일 만에 가입자 1만6000여 명을 확보했다. 이 상품은 휴대전화 기본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한 달에 50분까지 공짜로 통화하는 초저가(超低價) 요금제다. 우체국이 문을 안 연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3000명 정도가 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우리나라의 하루 휴대전화 가입자가 대략 2만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중소 통신사 서비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은 이례적이다.

12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서 알뜰폰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통신요금을 파격적으로 낮춘 알뜰폰 요금제가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초저가 요금제의 공세가 시작됐다. 값비싼 스마트폰을 쓰면서 매월 4만~10만원씩 통화료를 내는 트렌드가 주춤하고, 중고폰이나 저가폰을 사서 한 달에 1만원 이하의 통신료를 내는 고객이 늘고 있다.

한 달 통화료 1만~2만원… 저가(低價)로 갈아타는 이용자들

초저가 요금제의 선두엔 우체국이 있다. 우체국은 직접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중소 알뜰폰 업체 10곳의 상품을 전국 1300여 우체국에서 대신 팔아주고 있다. 알뜰폰 업체는 대형 통신사의 통신망을 도매가격으로 빌려서 일반 고객에게 저렴하게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넥스텔레콤을 비롯해 이지모바일·아이즈비전·세종텔레콤·위너스텔 등 10개 업체가 우체국에서 알뜰폰을 판다. 이들은 유통 매장을 확보하거나 상표를 홍보하는 데 돈을 쓰지 않는 대신, 대기업이 깜짝 놀랄 만한 요금제를 내놓는 것이다.

'A제로 요금제'를 내놓은 에넥스텔레콤은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예전 고객을 분석해 보니 통상 하루에 3~5분 정도 통화하고 문자 2건 정도를 쓴 것으로 집계됐다. 고객들이 무료통화 50분을 다 쓰면 1초당 1.8원, 문자메시지는 건당 20원을 내야 한다. 여기서 나오는 초과 사용 요금이 월 6000원 정도는 될 것이란 계산이다. 이 회사의 문성석 이사는 "3개월이면 다른 초저가요금제를 포함해 16만명이 가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체국 알뜰폰이 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우체국에서 파는 다른 알뜰폰 상품의 인기도 덩달아 뛰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체국의 알뜰폰 가입자는 하루 500~550명 수준이었다. 올해는 초저가 요금제 인기 덕분에 하루 6000~8000명으로 10배 이상 껑충 뛰었다. 월 6000원(부가세 별도)을 내면 통화 230분, 문자 100건, 데이터 500메가바이트(MB)를 주는 요금제엔 하루에 1100~1800명 정도가 몰린다.

휴대전화 통화료 더 낮아질까

우체국 알뜰폰 이용자가 쓰는 통화료는 대형 통신사 고객보다 훨씬 적다. 예컨대 작년 3분기에 SK텔레콤 고객의 한 달 평균 요금은 3만6729원인데, 우체국 알뜰폰은 1만1107원에 불과했다. 물론 통화료가 적은 만큼, 알뜰폰 이용자의 음성통화량이나 데이터 사용량도 적다. 아껴가면서 통화를 적게 하고 데이터를 잘 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서동 과장은 "우체국 알뜰폰 이용자는 작년까진 대부분 40대 이상이었지만, 올해 들어 30대 이하의 비중이 30~40%로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중저가 휴대전화를 사서 알뜰폰 서비스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알뜰폰 가입자는 이달 6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 이용자 10명 중 한 명 이상은 알뜰폰을 택한 셈이다. 정부와 통신업계는 알뜰폰이 전체 시장의 10%를 넘으면 이동통신 시장에 통신료 낮추기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통신 대기업들은 요금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믿는 구석은 3사가 모두 갖고 있는 알뜰폰 자회사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텔링크, KT 자회사인 'KT M모바일', LG유플러스 산하 미디어로그 등 3개 회사가 알뜰폰 가입자 130여 만명을 확보해 시장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초저가 요금제와 신형 휴대전화를 앞세운 알뜰폰 업체들의 고공비행은 대형 통신사엔 껄끄럽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공짜를 내걸고 얻은 인기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만약 우체국 알뜰폰 인기가 앞으로 3개월 이상 지속한다면 우리도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