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계 사모펀드, 자금 조달 계획까지 마련
카카오 찾아가 설득한지 한달 만에 결정

‘승부사’로 통하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중국계 자본을 끌어들여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 인수금액과 운영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콘텐츠 업계에서 조(兆) 단위의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곳이 중국계이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모바일 전문 기업 카카오(035720)는 지난 11일 국내 1위 디지털 음원(音源)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콘텐츠·연예 기획사 로엔 지분 76.4%를 1조87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Affinity)가 세운 특수목적 법인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SIH)가 로엔 지분 61.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로엔을 매각하기 위해 자금 조달 실행 계획까지 마련해 카카오를 찾아갔다. 사모펀드 어피니티가 카카오에 지분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카카오 최고경영진이 의사 결정하기까지 채 한달이 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로엔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카카오는 우선 SIH(어피니티)에 7500억원 어치의 카카오 신주를 발행해 지급하고 나머지 1조1200억원은 보유 현금과 대출 등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또 필요할 경우 로엔 지분 일부를 매각해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로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어피니티가 상당히 매력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해 카카오 측을 접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한 대출계획을 제공했을 텐데 투자 여력이 풍부한 중국계 자금을 연결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향후 로엔이 전략적 투자 유치 형태의 유상 증자를 통해 중국 콘텐츠 업계의 투자금을 유치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 설립 초기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회사 운영 자금을 마련한 경험이 있다. 중국 콘텐츠업체도 한국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외부 투자 유치시 텐센트가 유력한 투자자로 꼽힌다. 이 회사는 카카오의 3대 주주이며 넷마블, 네시삽심분 등 국내 게임업체들의 지분도 갖고 있다.

로엔이 음원을 판매하는 콘텐츠업체라는 점에서 게임업체 위주로 지분을 사들인 텐센트보다는 ‘Letv’를 서비스하는 러스왕(樂視網)이 투자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4년 설립된 러스왕은 중국 1위 인터넷TV 사업자로 드라마 10만편, 영화 5000편의 방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로엔은 지난해 12월 11일 러스왕 측과 전략적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두 회사는 MOU를 바탕으로 중국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연예계에서 활동할 신인을 공동 발굴, 육성하기로 했다.

해외 진출 확장을 꿈꾸는 김범수 의장 입장에서는 중국 1위 인터넷TV 사업자인 러스왕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국 진출을 시도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로엔이 중국 러스왕과 MOU를 교환한지 한달 만에 카카오에 매각됐다는 점에서 대주주인 SIH(어피니티)가 로엔 몸값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정교한 시나리오를 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어피니티는 2013년 SK플래닛으로부터 약 2만원대에 로엔 주식을 샀다. 어피니티는 불과 30개월 만에 로엔 주식을 5배 가까운 가격으로 카카오에 팔아 1조2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기게 됐다.

어피티니 관계자는 “로엔의 중국 진출 활동은 매각 작업과 무관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인수 대금 계획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인수대금 납부일(2월 29일)까지 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국내 벤처업체가 아닌 사모펀드가 막대한 차익을 봤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카카오가 로엔을 인수한 것은 신의 한 수라고 본다”면서 “네이버와 맞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몸값을 높여 되파는 사모펀드의 속성상, 로엔 가치에 거품이 끼였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카카오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에서 로엔을 운영할 역량을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