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복권 구매 대행도 가능한가요?” (40대 직장인 이모씨)

미국판 '로또 복권'인 파워볼(Powerball·사진)의 1등 당첨금이 사상 최대 수준인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까지 치솟으면서 '파워볼 쇼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치 국내 거주자가 미국에서 의류나 서적을 산 뒤 구매 대행 업체를 통해 배송시키는 것처럼, 복권도 구매 대행을 해달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 있는 구매 대행 사이트마다 '복권 구매 대행 견적을 내달라'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최모(42) 씨는 “당첨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서 미국에 여행이라도 가야 하나 생각했는데, 파워볼에 도전했다는 주변인이 있어 물어보니 대행 사이트를 이용했다고 하더라”라면서 “배송비 포함 파워볼 복권 5장을 2만원에 샀다”고 말했다. 파워볼은 오는 14일(한국 시각 기준) 1조원대 상금 당첨자를 가리게 된다.

◆ 파워볼 직구해서 1등 당첨되어도 무효… 대행업체도 처벌

파워볼은 한국의 로또 복권과 비슷하다. 숫자가 적혀있는 55개의 흰색 공들 중에서 추첨한 5개 숫자와, 이어 42개의 빨간색 공에서 꺼낸 1개 숫자까지 모두 6개를 맞히면 1등인 잭팟이 터지는 게임이다. 잭팟을 터뜨릴 확률은 1억4600만분의 1 수준이다.

지금까지 미국 내 로또 당첨금 최고액은 2012년 3월 '메가 밀리언스'에서 나온 6억5600만 달러(7868억 원)였다. 그런데 이번 파워볼은 숫자 6개를 다 맞히는 당첨자가 두달 넘게 나오지 않아 계속 상금이 누적되면서 이월됐다.

그 결과, 현재 1등 당첨자의 상금은 파워볼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인 13억 달러(약 1조5000원)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로또복권의 최대 당첨금액(407억원)의 36배나 되는 수준이다.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한 편의점에서 10일(현지시각) 주민들이 파워볼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서있다.

국내 기준으로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당첨금이기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복권 당첨은 일반 서민들의 ‘로망'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과연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도 일확천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일단 ‘파워볼’은 인터넷 등으로는 구매가 불가능하고, 오로지 편의점 등 지정된 판매처에서 현금(2달러)으로만 살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한국 거주자인 경우엔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는 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파워볼 열풍을 노리는 복권 대행업체들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마치 미국 할인마트에서 의류나 서적을 사는 것처럼 복권을 사서 구매 대행해 주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현지에서 파워볼을 구입해 등기나 해외 우편으로 복권을 배달해 주고, 일정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파워볼 대행 사이트에 복권 구입을 문의해보자, 대행업체는 즉시 대행 비용을 댓글로 남겼다. 파워볼의 금액은 한 게임 당 2달러(약 2400원)다.

그러나 이렇게 복권을 대행 구매해주는 것은 불법이다. 미국 연방법은 복권을 우편 등을 통해 취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대행업체는 벌금형에서 최대 징역 2년까지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당첨금을 수령할 때도 대행업체와 관련한 법적 근거가 없다. 그래서 당첨금을 둘러싼 분쟁 발생 시 당첨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복권 대행업체가 나중에 당첨금을 ‘먹튀’하더라도 이를 증명할 길이 마땅치 않으면 당첨금을 되돌려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현행 복권법상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외국 복권을 취급하는 것도 불법이며, 벌금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 무늬만 1조원 상금… 세금 폭탄 터져 실제 수령액은 절반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1조원대 복권 당첨금이라고 해도 실제 당첨자가 손에 쥐는 돈은 절반 정도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복권 당첨금에 높은 수준의 세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광고용’ 당첨금은 13억 달러지만, 실제 총 당첨금(gross prize)은 당첨금의 62% 수준인 8억달러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지난해 2월 파워볼 당첨자였던 마리 홈스(27)씨

우선 복권 운영사에 판매·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당첨금의 38%가량을 떼줘야 한다. 여기에 당첨자는 당첨금 수령 즉시 연방정부가 매기는 세금(25%)과 주정부가 매기는 세금(5~8.82%)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만약 미국인이 버지니아 지역(4%)에서 구입했는데 복권에 1등으로 당첨됐다면 실제 당첨금은 13억달러에서 5억7226만달러로 줄어든다.

당첨금을 연금(annuity)처럼 매달 나눠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높은 세금이 매겨진다는 생각 때문에 1등 당첨자는 보통 연금과 일시 지급액을 섞어 받는 경우가 많다.

복권에 매겨지는 세율이 매우 높은 것은 왜 일까. 복권은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세 저항이 다른 세금보다 적다는 것이 이유다. 델라웨어(Delaware)와 같은 일부 주(州)에선 법인세보다 복권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이 더 많을 정도다. 이 때문에 복권에 매겨지는 세금은 ‘저소득층이 자발적으로 내는 세금’으로 여겨지곤 한다.

◆ “파워볼 당첨되면 미국 영주권?” 거액 당첨금은 영주권·시민권 있어야 수령

파워볼은 내부 규정상 600달러 이상의 당첨금은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있어야 받을 수 있다. 600달러 이하의 당첨금은 인근 편의점에서도 받을 수 있지만, 600달러 이상의 당첨금은 신분 증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때문에 구매 대행을 통해 복권을 구입하면 당첨금 수령시 상황이 다소 복잡해진다. 일부 복권 대행업체는 “1등에 당첨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다만 당첨금으로 투자 이민을 신청하면 비교적 손쉽게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당첨금을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를 통해 대리 수령을 하는 경우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볼 순 있다. 법원은 복권 당첨금 소유권을 당사자들끼리 자율적으로 알아서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아직 참고할 만한 판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