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대박을 터뜨린 전략적 요충지로 집결’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10일(현지시각)부터 14일까지 닷새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16’에 대거 참석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제약사 중에선 한미약품 등 몇 곳을 제외하곤 이 콘퍼런스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한미약품이 지난해 이 콘퍼런스에서 당뇨병 신약 후보물질 ‘퀀텀 프로젝트’를 발표해 5조원의 기술수출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약업계의 관심이 이 콘퍼런스로 집중되고 있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세계 40개국에서 1500개 헬스케어 기업 관계자 1만2000명이 모이는 세계 최대 헬스케어 행사다. 바이오 기술, 의료 기술 등 1만5000건의 비즈니스 미팅이 열려 대형 제약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려는 회사들이 집결한다. 국내 제약사들도 다국적 제약회사들을 상대로 신약 후보물질을 홍보하고 연구개발(R&D) 현황을 소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의 최대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16’이 10~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포스터.

◆ "한미약품 대박 신화 만든 행사"…국내 주요 제약사 총출동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128940), 녹십자, 동아에스티, 셀트리온, 대웅제약, 유한양행, 안국약품,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2016’에 참가한다.

지난해 콘퍼런스에는 한미약품, 녹십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정도만 참가했지만 한미약품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자 올해는 참가 업체 수가 3배 이상 늘었다. 한미약품은 2010년부터 이 콘퍼런스에 참석해 다국적 제약사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신약 후보물질을 꾸준히 홍보해 왔다. 이는 지난해 8조원에 달하는 대박을 터뜨린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의 밑거름이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난해 성공적인 발표 사례가 알려지자 다른 제약사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올해 콘퍼런스에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참석하는 사례가 늘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해외 파트너십을 늘리기 위해 행사장을 찾는다. 이병건 녹십자홀딩스 사장은 혈액제제의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콘퍼런스에 참석한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지난해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4곳(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 일라이 릴리, 얀센)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주요 제약회사들이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은 한미약품의 표적 항암제 ‘HM95573’와 성장호르몬 ‘HM10560A’, 종근당의 류머티즘 치료제 ‘CDK-506’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DK-519’, 동아에스티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DA-9801’, JW중외제약의 표적 항암제 ‘CWP291’ 등이다.

국내 주요 제약회사들이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

◆ “신약 개발 만큼 해외 네트워크 확대 중요”…한국 벤처기업 2곳 특별 초대

국내에서 별로 알려지지 않은 한국 바이오 벤처기업 파맵신과 bBHC는 이번 콘퍼런스의 특별 초대를 받았다. 파맵신은 항체 항암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bBHC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신경세포 치료 효과를 공개한다. 이들은 수년간 해외 행사에 참석해 연구성과를 세계 바이오업계에 소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사례는 신약개발도 중요하지만 해외 파트너십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며 “국내 제약사들이 세계 바이오산업의 흐름을 읽고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과제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시장 분석기관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50억달러(약 6조원)가 넘는 자금이 바이오 분야에 투자됐고, 6050억달러(약 726조원) 규모의 M&A(인수합병)가 바이오 분야에서 이뤄졌다.

톰슨 로이터는 “바이오산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항암제, 내분비질환, 만성질환, 감염병 등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이전과 M&A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약 후보물질 보유 회사에 대한 자본 투자와 M&A는 올해 글로벌 제약산업의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올해 34회를 맞는 미국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세계 40개국에서 1500개 헬스케어 관련 기업 관계자 1만2000명이 모이는 세계 최대 헬스케어 행사다. 매년 초 그 해의 헬스케어 시장을 전망하고 기업들이 새롭게 출시하는 바이오 기술과 의료 기술을 소개한다. 호텔 객실을 미팅룸으로 개조해 기업들의 1대 1 미팅을 주선하는 것이 이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이다. 금융투자기업이나 벤처캐피털도 참석해 투자를 유치하고 싶은 기업들에도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노바티스,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길리어드 등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대거 참가한다.

지난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