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본입찰을 앞두고 있는 중소 조선사 SPP조선 매각이 난관에 부딪혔다. 현재까지 예비입찰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곳 중 SPP를 전체적으로 인수하겠다는 기업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공장 부지만 떼어내서 매입하겠다는 부동산 개발업체까지 입질하고 있는 상태여서 향후 조선업을 계속 이어갈지도 미지수다. 신규 선박 수주를 위한 선수금지급보증(RG) 발급을 둘러싼 채권단간의 갈등도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 땅에만 관심 있는 기업들…SPP조선, 조선업 존폐 기로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SPP조선 인수 의향을 내보인 기업은 조선기자재업체인 비엔그룹과 삼라건설을 모태로 주로 법정관리 기업들을 인수해 성장한 삼라마이다스(SM)그룹 등에 그친다. 하지만 이들 기업도 SPP조선 전체를 인수하겠다는 의향은 갖고 있지 않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예비입찰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곳 중 전체를 사겠다는 곳은 없다"면서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분리 매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문제는 SPP조선의 일부만을 떼어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기업들도 SPP조선을 조선업 용도로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경남 함안의 공장 땅에 관심을 가지는 부동산 개발업체가 있다. 조선업을 하려는 것이 아니고 다른 용도로 땅에만 관심이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함안 공장은 2만8000여 제곱미터의 부지에 조성됐으며 선박의 방향타인 러더(Rudder)와 크레인, 보일러 등을 제작하는 시설이다.
경남 사천조선소를 따로 사겠다는 업체들도 조선소 부지를 다른 공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SPP조선은 경남 사천과 통영, 고성에 3개의 조선소와 함안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운영 중인 조선소는 사천조선소가 유일하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인수자가 조선업을 계속해주는 것이 베스트(최상)겠지만 매각하는 입장에서 인수자의 인수 의도를 문제 삼을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본입찰의 상황을 봐서 매각의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 1조 넘게 투입해 절반 회수도 요원... 3500여명 근로자 불안
SPP조선의 매각이 난항을 계속하면서 채권단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SPP조선은 지난 2010년 5월부터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다. 파생상품 손실 8000억원을 포함, 1조2000억원의 영업 외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현재까지 SPP조선에 지원한 금액은 1조850억 원이다. 지원과정에서 이견을 보였던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농협은행,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 한국SC은행 등은 반대매수권을 청구해 채권단에서 빠졌다. 현재 채권단은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 서울보증보험, 무역보험공사다.
정책금융기관들만 SPP조선의 채권단으로 남아있는 상태인 셈이다. 이들은 설사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 크지 않다. SPP조선의 전체 매각금액을 업계에선 5000억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사천조선소만을 매각했을 경우는 2000억원 가량밖에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1조원을 집어넣었지만 절반의 회수도 힘에 겨운 상태인 셈이다.
채권단 내부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SPP조선의 선박 신규수주와 관련된 선수급지급보증(RG)를 발급하는 문제를 놓고 우리은행은 RG를 발급하자는 입장이고 수출입은행은 RG발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RG는 선주가 선박을 주문할 때 조선소에 선수금을 지급하는데, 선박이 계약시점까지 인도되지 못할 경우 선수금을 대신 환급해주는 보증이다. 우리은행과 수은 등 채권단은 오는 8일 SPP조선 RG발급에 대한 취급 원칙을 정하기로 했지만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채권단 내부에서 RG가 발급되고 2~3년 후 선박이 제때에 인도되지 못하면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기 때문이다.
SPP조선 직원들도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SPP조선 사천조선소의 근무직원은 현재 3500여명(협력사 포함)이다. SPP조선 관계자는 "직원들이 생계가 달린 문제라 조선소가 어떻게 될지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