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는 2016년 새해를 앞두고 국내 주요 경제연구원장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이일형 대외경제연구원(KIEP) 원장,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신성환 금융연구원장 등을 만났습니다. [편집자 주]
"최근 중국 증시 불안은 주식시장에 몰린 과잉 유동성과 주식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를 통해 과열됐던 중국 증시가 적정 주가에 접근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이일형 대외경제연구원장(KIEP)은 지난 6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 증시 불안이 부각되고 있지만 지난 가을의 급작스러운 큰 상승과 하락에 비해서는 변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중국 증시는 중국의 실물경제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 "중국 경제가 '뉴 노멀(new normal)'에 정착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지만, (이번 증시 급락으로 인해) 위기와 같은 충격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투자 정상화는 신흥국 경제를 이끈 두 가지 동력을 한꺼번에 상실하게 만들었다"면서 "브라질과 터키처럼 (양적완화로 인한) 늘어난 유동성을 소비를 확대하는 것으로 대응한 나라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신흥국 경제위기가 우리나라 경제에 줄 영향력에 대해서 이 원장은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나 신흥국이 최종 수요지인 중개 무역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미국 금리인상이 이들 시장의 경기둔화로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의 실물경제도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일형 원장은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을 졸업하고, 워릭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국제 거시금융 전문가다. IMF(국제통화기금)에서 선임 이코노미스트와 베트남 주재 수석대표, 아시아태평양국 자문관, 중국사무소 소장 등으로 활동했다. 신흥국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G20(주요20개국) 국제협력대사를 지내며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정상외교를 적극적으로 보좌한 경험도 있다.
이일형 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1일과 지난 6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새해 벽두부터 중국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중국 증시 불안의 원인은 무엇인가.
"중국 주식시장에 몰린 과잉 유동성 자금과 주식거래의 80%를 차지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쏠림현상(herd behavior), 적정 주가를 예측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불확실성이 조금만 커져도 이를 계기로 보유주식을
매도하는 주식 거래 행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증시불안도 예상치에 조금 미달되는 경제지표 발표에 의해 시작됐다. 다만 지난 가을의 급작스러운 큰 상승과 하락의 폭보다는 상대적으로는 변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통해 과열됐던 중국 증시가 적정 주가에 조금씩 접근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중국 증시 불안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 증시는 중국의 실물경제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중국 경제가 아직도 뉴 노멀에 정착하고 있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기와 같은 충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 최근의 중국증시 불안이 미국 금리인상 스케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나.
"별로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지난 가을처럼 중국 증시에서 비롯되는 불안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거품들을 조금씩 제거해 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 미국 금리인상이 신흥국 경제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흥국이 미국 금리 인상 등에 취약한 이유는 미국 중심의 양적 완화로 달러자금이 풍부해지면서 통화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투자 중심의 경제성장을 하면서 신흥국에서 원자재와 기계류 등을 많이 수입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투자 정상화는 신흥국 경제를 이끈 두 가지 동력을 한꺼번에 상실하게 만들었다."
- 어떤 신흥국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나.
"늘어난 유동성을 바탕으로 확장적인 정책을 투자확대로 연결시켜 국내 산업기반을 만든 나라들은 미국 금리 정상화로 인한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지만, 소비를 확대하는 것으로 대응한 나라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자금이 많이 들어갔던 브라질은 통화 절상으로 인해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됐지만, 원자재 수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확장적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이 금리인상 하면 브라질 같은 방식으로 성장한 국가들은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즉 미국 통화정책의 정상화에 따른 자금유출과 중국의 투자 정상화로 인한 원자재가격 하락이 이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터키도 위기에 취약한 상황이다."
- 우리나라는 거시건전성 대책 등이 잘 돼 있어서 다른 신흥국과 차별성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는 신흥국의 취약성과는 차별화 돼 있다. 양적 완화로 인한 자금 유입이 심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 같이 금융부문에서 위기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 그렇다면 미국 금리인상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 정책을 잘못 구사해서 문제가 생기면 이로 인해 우리 실물 경제에 어려움이 커질 수는 있다. 금리인상이 잘못 돼서 미국 경기가 하향 조정되면 가뜩이나 자금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흥국은 타격이 더욱 커질 것이다. 투자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고 있는 중국도 경기가 더욱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나 신흥국이 최종 수요지인 중개 무역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미국 금리인상이 이들 시장의 경기둔화로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의 실물경제도 어려움이 커질 것이다. 물론 금리인상으로 인해 가계부채와 기업대출 상환 등 부담이 올 것이다."
- 양적 완화 등이 핵심기조인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확장적 거시정책을 통해 기대인플레이션을 올려 실질이자율을 낮추고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거시정책기조는 먹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를 아베노믹스의 실패라고는 할 수 없다. 일본은 양적 완화를 통해 정부부채를 안정화시키고 있다.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는 일본 국채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금융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일본 국채를 중앙은행이 매입해줬다는 의미) 실질 정부부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일본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정부가 파산할 수 있는 데 양적 완화가 채권자를 금융기관에서 일본은행(BOJ)으로 교체하면서 이런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 재정적자보다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 규모가 더 크다는 점도 주목할만 지점이다. 민간이 갖고 있는 정부부채는 줄어들고 있고 그 만큼 자금을 민간으로 내보내서 해외에 투자하도록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 대신 외국 투자자들이 그 이상의 자금을 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함으로 일본 주가가 상승했다. 양적 완화로 정부 부채를 안정화시키고, 해외 자본투자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아베노믹스는 예상하지 않은 측면에서 성공한 셈이다. 돈을 찍는 정책은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적인데,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조장해야 하는 상황이니 아베노믹스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 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생산기지를 해외로 많이 이동시켰다. 이미 25년 전에 해외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현재 경상수지에서 해외이전소득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4%다.
일본의 국내 경제지표가 여전히 부진하지만 일본 기업이나 일본 경제가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