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LCC)들이 연말 연시 잇따른 안전 사고를 냈다.

비행기 문을 열고 이륙했다가 급히 회항하는가 하면, 조종사가 안전장치 작동을 깜박해 수만 미터 상공에서 3000미터를 순식간에 급강하하는 ‘롤러코스터 비행’을 해 승객들을 놀래켰다. 자칫 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싼 맛에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이용하는 승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안전 점검 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에서도 비용 절감을 우선한 나머지 ‘안전 불감증’이 퍼진 것 아니냐는 자성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보다 못한 국토교통부가 5일 국내 LCC 전체를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저비용항공사 여객 분담률 추이

◆ 몸집 불리기 성공한 LCC...국내선 점유 50% 돌파, 해외 노선 100개 돌파

2005년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이 처음 취항하면서 국내 LCC 역사가 시작됐다. 대형 항공사들의 70%에 불과한 가격을 내세워 급격히 성장했다.

불과 10년 만에 국내 LCC는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5개사가 각축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국내선 점유율은 50%가 넘었다. 아시아나항공도 작년 12월 제2 LCC인 에어서울의 신규사업 면허를 받아 올해 중으로 취항할 전망이다.

국내 LCC는 해외로 항로를 넓히고 있다.

작년 12월 7개 해외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해외 노선이 100개를 돌파했다.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취항 노선 88개를 뛰어넘었다. 2014년 말 62대가 운항하던 국내 LCC의 항공기 수도 1년 만에 82대로 늘어났다.

◆ 엔진 정지 비상 착륙, 롤러코스터 비행…”LCC 정비 여건 충분치 않아”

2012년 10월 김포공항을 출발한 이스타항공 항공기는 고도를 2만피트 이상으로 높이던 중 ‘펑’ 소리와 함께 한쪽 엔진이 멈춰버렸다. 항공기는 남은 한쪽 엔진만으로 비상 착륙을 실시해 김포로 되돌아왔다. 탑승객 모두 무사했지만, 자칫하면 땅을 밟을 수 없다는 극도의 공포감에 시달렸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엔진 고압 터빈의 날 하나가 떨어져 나가면서 다른 부품을 부순 게 이유로 밝혀졌다. 당시 조사위원회는 비행 전 결함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고 정비 프로그램 강화를 권고했다.

국내 LCC 비행기의 안전에 대한 우려와 불안은 커지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 2일 필리핀 세부에서 출입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 이륙한 뒤 20여분만에 회항해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의 조사를 받았다.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은 지난달 23일 기내여압조절장치 고장으로 1만피트나 급강하해 승객들이 공포에 떨었다.

이스타항공도 며칠 뒤 태국 푸켓에서 정비문제로 몇시간 동안이나 예고없이 출발을 지연했다.

◆ 정비 불량, 노령 항공기 늘어

LCC에 종사자들도 기체·엔진 정비 여건이 부실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모회사와 국내 정비계약을 맺고 있지만, 나머지 LCC는 해외에서 항공기 정비를 받고 있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은 한번 기체 정비를 받으려면 가까이는 중국, 멀리는 브라질이나 네덜란드까지 향하고 있는 실정이다.

LCC의 한 관계자는 “항공기 정비를 받으려면 마치 외제 자동차 수리처럼 길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걸린다. 제 때 정비받기 쉽지 않다”고 했다.

가격 경쟁력에 목숨을 거는 LCC가 비용 절감을 위해 정비를 소홀히 한다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저가 항공사들이 해외 정비 업체에 내는 수리비만 1000억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 LCC가 운항 중인 항공기는 평균 연령이 10년을 훌쩍 뛰어넘었다. 일부 LCC는 20년에 가까운 비행기 여러 대를 운항하고 있다. 대형 항공사에 비해 노후화 된 상황이다.

LCC 항공기 노후 현상이 정비 인프라 부족 문제와 맞물려 잦은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기 연령이 높아질수록 부품 교체와 수리 등 정비가 필수적인 반면, 상대적으로 기종이 노후한 LCC의 정비는 더 자주 해야 한다.

업계는 항공기 나이가 많다고 기체 안전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펄쩍 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평균 수명은 30년 정도다. 국내 비행기들의 나이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