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과 '지속 성장' '미래 성장동력 확보'.

주요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가 신년사에서 공통적으로 꺼낸 2016년 경영의 3대 화두(話頭)다. 이들은 중국 경기(景氣) 둔화, 저유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 시장 위축, 내수 침체 같은 국내외 악재로 올해 우리 경제가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내실(內實) 다지기와 저성장 돌파를 위한 성장 동력 발굴을 강조했다. 본지가 4일 올해 대기업 총수와 CEO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위기', '변화·혁신' '불확실성'이라는 3개 단어였다.

저성장·위기의 한 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4일 서울 양재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813만대의 생산·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올해 판매 목표치는 지난해 신년사 목표치(820만대)보다 7만대 줄어든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판매 목표를 전년보다 낮춰 잡은 것은 그룹 창립 이후 처음이다.

정 회장은 24분여 동안 신년사를 읽으면서 "차는 고장이 없어야 한다"는 말을 6차례 반복했다. 그는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을 통한 질적 성장이 핵심"이라며 "R&D 투자를 확대해 차량 성능 부문에서 소비자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그룹 신년회에서 "지난해엔 그룹 창업 이래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0조원 달성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올해는 국내외 경영 환경이 상당히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SK는 '패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국가 경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이혼 의사 공개 후 공식 석상 노출을 꺼려온 최 회장은 이날부터 현장 경영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같은 위기에 직면하더라도 어떻게 변화하고 무엇을 준비하는가에 따라 미래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며 "철저한 위기 대응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일각에선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며 '위기'라는 단어를 4차례 썼다.

삼성과 LG그룹은 대내외 악재 외에 신흥국의 도전과 해외 혁신기업의 추격에 대한 위기의식 무장을 강조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전자·화학 등 주력 사업이 신흥국의 도전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혁신기업은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성장은 고사하고 살아남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구본무 회장은 이날 '변화·혁신'이라는 단어를 9차례 사용했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신종균 사장 3인 공동 명의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2016년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와병(臥病)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신년하례식과 신년사를 모두 생략하고 삼성전자·삼성SDI(4일), 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성생명(5일) 등 계열사 현장을 직접 찾아가 임원진과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재계에선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익성·이윤 창출이 최고 과제

대다수 총수와 CEO는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수익성 제고와 변화·혁신을 역설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 수익을 내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실력과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며 '수익'이라는 단어를 5차례 썼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외형 성장에 발맞춰 수익성을 개선하는 질적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으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모든 조직이 최우선 순위로 이윤 경영을 해달라. 이윤이 나지 않는 것은 과감히 정리하자"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은 권오갑 사장이 발표한 약 3000자 분량의 신년사에서 변화·혁신이라는 단어를 10번 넘게 사용했다. 권 사장은 "올해 경영 방침은 '다 함께 바꾸자'는 의미의 '체인지 투게더!'로 정했다"고 밝혔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016년은 포스코그룹 임직원 모두가 구조혁신 가속화에 총력을 다해 달라"며 '혁신'을 5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