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번역본으로 한국 독자들을 찾아온 알베르 카뮈.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대표작이 새롭게 우리말로 옮겨졌다.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는 카뮈의 소설 '이방인'(책세상)을 개역했고, 유호식 서울대 불문과 교수도 소설 '페스트'(문학동네)를 새로 번역했다. 카뮈의 문학 세계에서 '이방인'은 실존의 부조리를, '페스트'는 공동체의 긍정을 각각 다뤄 성격이 판이한 작품으로 대비되어 왔다.

김화영 교수는 1987년 '이방인'을 번역한 뒤 2011년 일부를 수정한 데 이어 이번에 세 번째 번역본을 내놓았다. 1942년 프랑스에서 '이방인'이 처음 출간됐을 때 태어난 김 교수는 엑상프로방스대학에서 카뮈 연구로 학위를 땄고, 한국어판 '알베르 카뮈 전집'(20권)을 홀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새 번역본을 내며 "카뮈의 소설 원문이 가진 문체, 문장 구조와 어순을 최대한 존중하여 원문에 가장 밀착된 번역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방인' 원문은 간결하면서 건조한 문체의 연속으로 이뤄졌다. 주인공 뫼르소가 양로원으로부터 '모친 사망'이란 전보를 받고서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고 짧게 끊어서 진술하는 도입부가 대표적이다. 장 폴 사르트르는 카뮈의 문장을 가리켜 "하나의 섬"이라며 "우리는 문장에서 문장으로, 무(無)에서 무로 급격하게 떨어져 내린다"고 평가했다.

김화영 교수의 새 번역본은 뫼르소가 습관적으로 '그리고(et)'라며 말을 잇거나, '왜냐하면(parce que)'이라고 설명하는 말투도 살리려고 했다. 가령, 뫼르소가 아랍인을 사살하기 전에 수평선 위로 지나가는 증기선을 힐끗 본 장면의 번역이 달라졌다. '내가 그것을 한쪽 눈 끝으로 검은 얼룩처럼 느낀 것은 아랍사람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옛 번역이었다. 새 번역본에선 '나는 내 시선의 가장자리에 보이는 검은 반점으로 그 배를 분간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잠시도 아랍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로 쪼개졌다. 원문의 어순을 그대로 따랐고, '왜냐하면'을 즐겨 쓰는 주인공의 말투도 살렸다. 김 교수는 "프랑스에 있는 카뮈 전문가들로부터 꼼꼼하게 도움을 받으면서 동사 시제와 법률 용어를 포함해 과거의 두 군데 오역을 이번에 바로잡았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유호식 서울대 교수가 새로 옮긴 '페스트'는 카뮈가 1947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전쟁을 겪은 유럽 사회에 인간을 향한 희망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쓴 작품이다. 페스트에 감염돼 고립된 도시를 무대로 전개되는 다양한 인간의 행동 양식을 보여주면서 인간 집단의 연대(連帶) 의식을 고취했다. 카뮈는 "나치에 반대한 유럽 레지스탕스의 투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이미 여러 차례 번역됐다.

유호식 교수는 새 번역본을 내며 "굳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최근 우리 사회는 사회 안전망이 붕괴되고 갖가지 형태의 무능과 무기력을 경험하고 있다"며 소설 '페스트'가 오늘날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