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기름'. 서로 어울리거나 화합하지 못하고 따로 노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이 영원히 섞이지 않을 것 같던 물과 기름을 서로 묶어주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나섰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추민철 박사는 "초음파를 이용해 물속에 기름 입자를 고르게 퍼지도록 하는 기술을 상용화하는 전문 기업 '그린솔'을 창업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물과 기름 성분이 함께 들어가는 화장품이나 의약품을 안전하고 간편하게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과 기름은 분자 간에 결합하는 성질이 달라서 자연 상태에서는 섞이지 않는다. 화장품을 만들 때 필요한 물과 기름을 섞으려면 비누나 세제에 쓰는 성분인 계면활성제를 넣어야 한다. 계면활성제는 물과 기름 양쪽에 결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계면활성제는 대부분 석유에서 추출하는 것이어서 피부 자극이 발생하는 등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다.

추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화학물질 대신 초음파를 이용해 물과 기름을 섞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름에 초음파를 쏘면 미세한 기포(氣泡)가 생긴다. 이 기포가 터지면 더 큰 에너지가 나와 기름이 잘게 부서진다. 실험에서 화장품용 기름에 초음파를 쏘자 수십 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크기로 잘게 부서져 물에 골고루 퍼졌다. 기름 입자는 6개월이 지나도 물에 잘 섞인 상태가 유지됐다. 추 박사는 초음파 분산(分散)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국과학기술지주에서 8억원을 투자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