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못해도 담보인 주택만 경매에 넘어가고, 다른 소득·자산은 추징당하지 않는 '유한책임대출(비소구대출)'이 28일 국내에서 처음 출시된다.

비소구대출은 무주택자 내집마련대출인 주택도시기금의 디딤돌 대출에 시범적으로 도입된다. 28일부터 우리·국민·신한·KEB·농협·하나은행 등 6개 수탁은행에서 출시한다. 대출대상은 부부합산 연소득 3000만원 이하 무주택자로 한정된다. 서민계층에 우선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도록 소득 기준을 정했다. 대출한도는 최대 2억원이다.

디딤돌 대출에 적용되는 비소구대출 금리는 기간 및 소득에 따라 2.3~2.8%로 기존 디딤돌대출 기준과 동일하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는 70%, DTI(총부채상환비율)는 80%를 적용받는다. LTV는 대출금액이 집값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제이고 DTI는 원리금이 소득의 일정비율 이하가 되도록 대출금액을 제한한 제도다. 대출 만기는 최대 30년까지 설정할 수 있다.

비소구대출이 대출자가 어느 때나 주택을 은행에 넘기기만 하면 상환 의무가 사라지는 제도로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비소구대출은 대출자가 장기간 빚을 상환하지 못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에만 적용된다.

대출자가 비소구대출로 2억원을 대출받아 3억원짜리 집을 샀다고 가정하자. 대출자가 빚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갔는데 경매 가격이 1억5000만원이라면 은행은 대출원금 2억 중 5000만원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은행이 경매를 통해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압류 등의 방식으로 대출자로부터 추가 상환을 받는다. 반면 비소구대출은 회수액이 대출금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대출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비소구대출을 '대출자가 아무 때나 은행에 집 열쇠만 넘기면 대출 상환 의무가 사라지는 제도'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모럴해저드에 대한 우려도 이런 오해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비소구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막기 위해 3중 보완장치 마련했다. 우선 비소구대출 신청자를 심사할 때 은행은 주택의 노후도와 입지 특성 등을 별도로 심사한다. 심사에서 50점 이상을 받아야만 비소구대출 대상이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소구대출 심사 기준은 비밀 사항이라 밝힐 수 없다"면서도 "지은 지 오래되지 않은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향후 집값 하락 가능성이 작아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비소구대출은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최대 1년까지만 설정할 수 있다. 거치기간이 끝나면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야 하므로 은행이 대출자로부터 상환받을 원금도 계속 줄어든다. 아울러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주택가격의 70%까지만 대출받을 수 있다.

집값이 폭락하고 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은행과 대출자가 손실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것이 '비소구대출'의 도입 취지다. 그러나 비소구대출이 적용되는 디딤돌 대출의 LTV가 70%이기 때문에 집값이 30% 이상 폭락하기 전에는 손실을 공동 분담할 가능성은 없다. 일각에서 비소구대출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는 배경이다.

비소구대출 제도를 도입한 미국은 한때 주택담보대출 LTV를 100%까지 인정했다. 비소구대출 시행 국가 대부분이 LTV를 90% 이상 인정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은행이 집값 하락의 손실을 분담할 가능성이 우리나라보다 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