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현대증권, KDB대우증권 등 한국 굴지의 대형 증권사들이 모두 올해 증시 예측에 실패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주식시장 흐름을 상저하고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상고하저라는 정반대 모습이 나타났다. 코스피지수 밴드 예측에 성공한 증권사가 한 곳도 없는 등 국내 증권사들은 분석 능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작년 말 추천했던 종목들도 주가 수익률이 좋지 않다. 여러 모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대한 투자자의 믿음이 꺾이는 한 해였다.

◆ 올해 증시 '상저하고'라더니 실제로는 '상고하저'

작년 말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주식시장 흐름을 상저하고로 전망했다. 상반기에는 미국 금리인상 불확실성과 기업들의 실적 악화 여파로 어려운 흐름이 이어지다 하반기 들어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현대증권은 작년 말 배포한 보고서에서 "2014년 4분기에서 2015년 상반기까지는 박스권 장세를 감안해야 한다"며 "2015년 하반기 이후 지수레벨업 장세 대응을 추천한다"고 적었다. 하나대투증권도 작년 말 개최한 '2015 리서치 전망 포럼'에서 "2015년 2분기까지는 약세 흐름이 이어지다 3분기에 중국 부동산 가격 하락이 진정되면 국내 증시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5년 주식시장 흐름으로 상저하고를 예상한 삼성증권의 보고서.

삼성증권도 작년 말 보고서에서 "기업실적이 2015년 1분기에 최악을 기록하고, 2분기에는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까지 겹치며 조정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여러가지 우려들이 완화되면 2015년 하반기에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레벨업하고, 역사적 최고치 돌파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말 인터뷰에서 "내년 2분기를 지나면 수출산업 중심으로 한국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올해 내내 수출산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외에 KDB대우증권, 한화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도 대부분 올해 주식시장 흐름을 상저하고로 예상했다. 대형증권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 정도만 상고하저의 흐름을 예상했을 뿐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말 "2015년 상반기는 정부 정책 효과가 있기에 상승할 수 있지만, 하반기는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주식시장은 상고하저 흐름이 뚜렷했다. 상반기에 제약·바이오를 중심으로 중소형주가 급등하면서 주식시장 전체 분위기도 좋았다. 중국 주식시장이 좋은 분위기를 보이자 코스피지수도 함께 올랐다. 일부 증권사들은 상반기 증시 분위기가 좋아지자 뒤늦게 부랴부랴 연간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높이기도 했다.

작년 말 올해 주식시장 흐름을 상저하고로 예측한 KB투자증권의 보고서.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제대로 예상하는 데 실패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올해 상반기나 하반기 초반에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봤는데 정작 미국은 12월에나 금리를 올렸다. 저유가로 신흥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늦췄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증시 전망도 완전히 빗나갔다. 올해 주식시장 흐름을 상저하고로 전망한 현대증권의 이상화 리서치센터장은 "저유가 때문에 미국이 금리 인상을 미루는 것을 제대로 예상하는데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 증권사 센터장 추천 종목 절반은 주가 하락

개별 종목에 대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전망들도 적중률이 높지는 않았다. 조선일보가 지난해 말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7명에게 새해 유망 주식으로 추천 받은 36개 종목 가운데 절반인 18개 종목이 주가(23일 기준)가 하락했다. 적중률이 50%에 불과했다.

특히 2명 이상의 센터장이 고른 6개 종목 중에서는 5개 종목이나 주가가 하락했다. 17명 중 가장 많은 6명이 삼성전자(005930)를 추천했는데 삼성전자는 주가가 2.4% 하락한 상황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전망도 그다지 좋지 않다.

작년 말 주요 증권사들이 전망한 2015년 코스피지수 밴드. 실제 코스피지수 밴드를 정확히 맞춘 곳은 한 곳도 없다.

센터장 5명이 추천한 SK텔레콤(017670)과 3명이 추천한 네이버, SK하이닉스(000660)도 주가가 하락했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주가가 각각 13.2%, 31.5%나 하락했다. 센터장들은 사물인터넷(사물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방식)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단가 하락과 중국의 추격 등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2명의 센터장이 추천한 KB금융(105560)도 주가가 5.3% 하락했다. KB금융은 금융업종에서 여러 증권사 연구원들이 추천 종목으로 꼽고 있지만, 금융주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이밖에 작년 말 센터장들이 추천한 포스코, 하나금융지주(086790), CJ오쇼핑, 대한항공(003490), 흥아해운(003280), 아시아나항공(020560), GS홈쇼핑도 주가가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