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은 겉으로 보기엔 다 똑같다. 두 조각 가죽을 꿰맨 실밥 수는 모두 108개이고, 무게와 크기도 거의 같다. 그래도 선수들은 민감하다. A 투수는 B 제품이 변화구를 던지기 어렵다고 불평하고, C사 제품은 반발력이 커서 큰 타구가 많이 나온다고 툴툴댄다.

KBO(한국야구위원회·총재 구본능)는 지난 22일 2016시즌 단일 경기 사용구로 스카이라인스포츠사의 AAK-100을 사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KBO리그 공인구는 원년부터 지난해까지 2~4개 업체가 만들어 공급해 왔고 2015시즌에는 스카이라인을 비롯한 4개 업체의 공을 10개 구단이 임의대로 선택해 사용해 왔다. 단일구를 사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특정 업체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회사의 제품을 썼지만 공의 특성이 조금씩 달라 기록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KBO 규칙에 따르면 야구공은 무게 141.77~148.80g, 둘레 22.9~23.5㎝의 규격에 코르크나 고무, 또는 그와 비슷한 재료로 만든 작은 심(core)에 실을 감고 흰색의 말가죽이나 소가죽으로 싸 단단하게 만들어야 하며, 반발계수(0.4124~0.4374) 범위 안에 들어야 한다. 반발계수란 특수 장비를 통해 발사한 공이 콘크리트 벽을 맞고 튀어나올 때 속도를 발사속도(시속 270㎞)로 나눈 값이다.

야구공 해부 그래픽

초창기 야구공은 고무를 가운데 넣고 털실을 감은 뒤 실밥 없이 가죽 네 조각을 붙여 만들었다. 무게는 현재의 절반가량인 85g일 만큼 가벼웠다. 그러다 보니 한 경기 점수가 100점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1846년에는 21점을 먼저 내는 팀이 이기는 규칙이 도입되기도 했다. 대량 득점을 막기 위해 차츰 공의 무게를 늘리면서 점수도 줄어들었다.

야구공이 현재 규격으로 자리 잡은 것은 1872년이다. 처음에는 실밥 수가 공마다 달랐으나 나중에 108개로 굳어졌다. 정설은 없지만 '수많은 공정 끝에 108개의 실밥으로 꿰맬 때 공이 가장 튼튼하고 안정적인 형태를 갖췄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유력하다. 지금은 KBO 공식 규정에 '실밥은 108개로 한다'고 정해져 있다.

야구공 제조 공정은 업체별로 큰 차이가 없다. 올해 공인구를 공급한 4개 업체 모두 소가죽을 사용했고, 똑같은 실과 내용물을 사용해 똑같은 공정을 거쳤다. 두 개의 가죽을 꿰매는 것도 100% 수작업이다. 그럼에도 공마다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스카이라인스포츠의 라성환 상무는 "똑같은 제조 공정을 거치더라도 가죽의 품질과 실 관리 상태 그리고 봉합 기술력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선수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반발계수다. 연구 결과 반발계수가 0.01이 커지면 타구 비거리는 2m 정도 늘어난다. 올해 KBO리그의 경우 같은 공인구라도 회사별 차이가 0.024나 된다. 비거리 차이가 4m 이상이기 때문에 A사 제품으로 외야플라이가 될 공이 B사 제품으로는 홈런이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야구의 원조격인 미국은 1977년부터 롤링스사 제품을 단일구로 사용했다. 일본은 2011년부터 미즈노사의 '통일구'를 쓰고 있다. 일본의 경우 초창기에 홈런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날지 않는 공'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투고타저(投高打低)가 심해지자 당시 가토 료조 NPB(일본야구기구) 총재가 몰래 미즈노사에 반발계수를 높이도록 지시했고, 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사퇴하는 소동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