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이 크리스마스 특수(特需)를 맞았다. '히말라야'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로 양분되다시피 한 영화 시장에서 그나마 안전한 장르다. 올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몬스터 호텔2'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어린왕자' '포켓몬 더 무비'가 23~24일 일제히 극장에 걸렸다. 딱 한 편을 골라야 하는 가족 관객을 위해 팁을 정리한다.
◇어린왕자
엄마가 짠 인생계획표대로만 살아온 여덟 살 소녀가 옆집 조종사 할아버지를 만나 어린왕자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변화하는 이야기다. 책으로 읽은 '어린왕자'와 똑같은 줄거리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외로운 소녀와 할아버지가 서로에게 길들고 필요해지는 과정을 매혹적으로 그려냈다. 원작이 지닌 힘이 영화를 만나 폭과 깊이가 확장된 느낌이다. CGV 예매 정보를 보면 20대 관객(28%)이 30대(44%)에 이어 2위라는 점이 경쟁작들과 다른 특징.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 마음마저 건드리는 애니메이션이다. 아이를 학업으로 몰아넣은 부모일수록 반성의 울림이 크다. 106분.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
수줍음 많은 소년 찰리 브라운은 전학 온 빨간 머리 소녀에게 첫눈에 반한다. 소녀의 연필에 난 잇자국을 보고 습관이 같다는 데 친근감을 느끼지만 고백할 기회를 번번이 놓친다. 개구쟁이 강아지 스누피가 실패투성이 찰리를 돕는 이야기. 찰리의 현실과 스누피의 공상이 흥미롭게 교차하면서 펼쳐진다. 65년 동안 사랑받은 원작 만화를 3D 애니메이션으로 옮겼다. 아날로그의 온기와 디지털 기술이 정갈하고 사랑스럽게 결합해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 애니메이션 중 유일하게 골든글로브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다. '피너츠 완전판'도 만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93분.
◇몬스터 호텔2
2013년 전편 '몬스터 호텔'이 88만명을 모으며 인지도를 높인 게 강점이다. 몬스터 호텔 주인 드락은 딸이 낳은 손자 데니스가 다섯 살이 되도록 송곳니도 박쥐 날개도 돋아나지 않자 초조해진다. 강도 높은 몬스터 훈련에 들어가면서 굴러가는 이야기다. '몬스터 호텔2'는 뱀파이어와 인간의 결혼으로 생겨난 혼혈 가족 문제를 다룬 셈이다. 슬랩스틱 코미디는 여전하지만 속편의 한계일까.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의 매력이 좀 부족하다. 드락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애덤 샌들러가 각본에도 참여했다. 23일 현재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89분.
◇포켓몬 더 무비
TV로 많이 노출된 인기 애니메이션이다. 이번에 나온 극장판의 주인공은 후파라는 새로운 포켓몬. 지우와 피카츄가 무엇이든 소환할 수 있는 링을 지닌 후파를 만나는데, 로켓단의 공작으로 항아리에 들어 있던 검은 그림자의 봉인이 풀리면서 도시가 위험에 빠진다. 지우와 친구들이 불러낸 전설의 포켓몬들과 적들이 데려온 포켓몬들이 한판 대결을 벌인다. 후파 캐릭터를 잘 구축했다. 어린이 관객이 극장에서 "그래, 잘했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인은 몰입이 쉽지 않다. 8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