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체 나인봇(ninebot)이 만든 1인용 전동 스쿠터가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나인봇 국내 최대 총판인 스타플릿은 올해 '나인봇' '나인봇 원' '나인봇 미니 프로' 등 나인봇 시리즈를 8000대 넘게 팔았다고 23일 밝혔다. 특히 지난 11월에 출시된 나인봇 미니 프로는 가격이 99만원대로 저렴해 한달 반 만에 1500대 이상 팔려나갔다.
관련 업계에서는 총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중국에서 '직구(직접 구매)' 형태로 가져오는 물량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물량을 합하면, 올해 국내에서만 나인봇이 1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추산했다.
전자상거래업체 옥션은 지난 5월 '스마트 모빌리티' 기획전을 열고 나인봇과 세그웨이 전동 스쿠터를 할인된 가격에 팔았다. G마켓도 지난 9월 전기·전동 킥보드 등 관련 상품을 최대 28% 할인 판매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특가전'을 진행했다.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네이버와 다음 등 카페와 블로그에는 나인봇 체험기도 수십 개 올라와 있다. 현재 나인봇을 취급하는 유통 채널이 국내에서만 40개가 넘는다.
나인봇의 1인용 전동 스쿠터처럼 혼자 타고 다니는 이동수단은 '퍼스널 모빌리티 디바이스(Personal Mobility Device·개인용 이동 기구)'라고 불린다. 여러 사람이 공용으로 쓰던 전화나 컴퓨터가 개인용 휴대전화와 퍼스널 컴퓨터로 진화한 것처럼 이동수단도 개인화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인봇 외에도 자이로드론, IO HAWK, 세그웨이 등도 유사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또 바퀴를 하나 또는 2개를 장착한 스케이트보드와 비슷한 형태도 있는데, 이 제품은 '호버보드(Hoverboard)'라고 불린다. 자이로드론은 미국 최대 가전쇼(CES) 2015에서 혁신상을 받았으며 호버보드는 지난해 미국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혔다.
퍼스널 모빌리티 디바이스의 선구자는 2001년 설립된 미국의 세그웨이다. 2012년 설립된 중국의 나인봇은 세그웨이를 모방한 제품을 저가에 내놓아 큰 인기를 끌었다. 세그웨이의 경우 가격이 1000만원에 달해 판매량이 저조한 반면 나인봇은 100만원대 가격으로 제품을 대중화하는 데 성공했다. 나인봇이 지난 10월 중국 내수용으로 출시한 '나인봇 미니'는 가격이 1999위안(약 35만원)에 불과하다.
그동안 세그웨이는 나인봇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수 차례 소송을 제기했고, 나인봇은 올해 4월 세그웨이를 아예 인수하는 방법으로 특허 문제를 매듭 지었다. 나인봇은 중국의 샤오미와 미국의 세콰이어벤처캐피탈로부터 8000만달러(약 9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국내에서 샤오미가 나인봇을 만들었다고 알려진 것도 샤오미가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퍼스널 모빌리티 디바이스를 생산하는 업체는 없다. 관련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중국업체와 경쟁해서는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도 나인봇과 나인봇이 인수한 세그웨이 등 중국 기업의 독무대가 됐다.
나인봇 유통업체인 아이휠 정진호 대표는 "나인봇 판매량이 올해 급증했다"면서 "킥보드나 휠리스와 달리 나인봇은 레저수단을 뛰어넘어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퍼스널 모빌리티 디바이스에 대한 법규가 사실상 없는데, 법규가 마련되면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도로법상 전기자전거도 원동기 장치(모터) 자전거로 분류돼, 인도나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