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2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롯데월드타워 76층에서 길이 11.45m, 무게 2.7t짜리 철골구조물이 건물 꼭대기층인 123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5년 2개월 걸린 건물 외부공사를 마무리하고 내부공사를 시작하기 직전에 치르는 상량식(上樑式)이다. 옛날 말로 대들보를 올리는 행사로 공사의 큰 틀이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 롯데월드타워는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한다.

이 철골구조물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200여명의 서명(署名)이 새겨져 있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건물이 되어달라" "천 년 동안 멋진 랜드마크(land mark·대표적인 상징물)가 되길 바란다"를 포함해 6000명의 시민이 직접 작성한 메시지도 철골구조물에 쓰여 있다.

신동빈 회장은 상량식에서 "롯데월드타워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한국의 랜드마크가 필요하다'는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기업보국(企業報國) 정신을 바탕으로 1987년부터 계획해 지어졌다"며 "아버지께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국도 '마천루 경쟁' 뛰어들어

롯데월드타워가 구상부터 완공까지 약 30년이나 걸린 이유는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땅을 구입한 후에는 건축 허가가 나지 않았고, 2006년에 허가가 나 착공식까지 열렸으나 인근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 방해 논란으로 중단됐다. 최종 건설 허가는 2009년에 떨어졌고 2010년 11월에 공사를 시작했다.

롯데월드타워는 123층으로 우리나라에서 최고층인 동시에 국내 최초로 100층을 넘는 건물이다. 총 500만명이 투입됐고 총투자비는 3조8000억원에 달한다. 완공 후 연면적은 32만8000㎡에 무게는 75만t이다.

롯데월드타워는 첨탑을 올리기 전인 현재 높이 508m를 기준으로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칼리파 등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째로 높은 빌딩이다. 국내 건축물 최초로 최대풍속 초당 80m의 강풍과 진도 9.0 규모의 지진을 견딜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에는 둥근 철골구조물을 'ㅅ'자로 만든 뒤 교차시켜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건물 구조를 만드는 '다이아그리드' 공법을 썼다. 기둥 없이도 건물 하중(荷重)을 견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나무 살을 엮어 만든 죽부인의 속이 비어 있는데도 외부에서 눌렀을 때 모양이 망가지지 않는 것처럼 철골구조물을 엮어 건물의 하중을 버티도록 하는 원리다. 고도의 시공 기술이 필요한 다이아그리드 공법이 적용된 가장 높은 건물은 지금까지 중국 광저우(廣州) 국제금융센터(438.6m)였으나 롯데월드타워가 435~555m 높이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서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게 됐다.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우리의 힘으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초고층 건물을 세움으로써 건설 기술 강국(强國)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이로써 우리도 세계적인 마천루(摩天樓) 경쟁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말 완공되면 매년 1억명 찾아

내년 12월 완공되는 롯데월드타워는 여섯 부분으로 나뉜다. 복합 생활 서비스 시설(지하 1층~지상 12층), 사무실(14~38층), 호텔식 주거 시설인 레지던스(42~71층), 초특급 호텔(76~101층), 고급 사무공간(108~114층), 전망대 등 관광시설(117~123층)이다.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제2롯데월드는 상주 인원 2만명에 달하는 수직(垂直) 도시로 탈바꿈한다. 롯데그룹 측은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해 롯데월드몰, 롯데월드, 석촌호수 등에 매년 1억명의 국내외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은 "고용 창출 등 총 10조원 정도의 경제 파급효과가 발생해 서울을 넘어 내수(內需)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