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삼성그룹 수요사장단 회의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미래 먹거리'였다. 삼성 사장단은 이달 23일 시인 정호승(鄭浩承)씨를 초청해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시(詩)'라는 주제로 올해 마지막 회의를 갖는다. 올해 총 48회 진행된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에서는 진보 인사를 포함한 다양한 외부 인사를 초청했다.

서명숙 제주 올레 이사장과 진보 경제학자인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대표는 각각 '느리게 걷는 삶'과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바둑 기사 조훈현, 화백 허영만, '태양의 서커스' 공동 창업자인 질 생크로와 등도 강연자로 나왔다. 직업별로는 교수(34명)가 가장 많았다.

강의 콘텐츠는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미래산업' 관련 강연(12개)이 가장 많았다. '로봇-인류의 행복과 동행하나'(데니스 홍 UCLA 교수), '바이오 산업 전망과 미래 비전'(권영근 연세대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에 걸맞게 삼성그룹 수요사장단 회의의 수준과 방식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벽잠을 줄이고 사장단 회의에 나온 만큼의 가치를 내려면 교수 등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 전통적인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웬만한 강의는 동영상 등으로 대체하고 초청 강사 대상을 외국 인사로 확대하고 구글·애플 등과 경쟁하는 초일류 사장단 회의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양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이 진정한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수요사장단 회의부터 바꿔야 한다"며 "콘크리트 등 값싼 재료를 써도 건축가의 역량에 따라 세계적인 건축물이 되듯이 단순히 트렌드를 듣는 자리가 아니라 '건축가적 혁신과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경영 현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