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7일 '슘페터'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네티즌들이 1950년 사망한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날 슘페터가 네이버에 연재 중인 조석(32) 작가의 웹툰 '마음의 소리'에 언급됐기 때문이다. 화요일과 금요일, 이 웹툰이 게재되는 날엔 실시간 검색어에 '마음의 소리' 혹은 작품에 등장하는 단어가 오른다. 회당 평균 조회 수는 500만 건. 인터넷 이용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이 작품을 구독한다는 얘기다. 한 회 최다 댓글이 12만 건까지 달렸다.

2006년 9월 8일 첫 회를 시작한 웹툰 '마음의 소리'가 1000회를 맞았다. 1000회를 하루 앞둔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조석은 "30분밖에 못 잤다"고 했다. "9년 넘게 오후 2시에 일어나 일을 시작해서 아침 9시에 잠들었다. 오늘 새벽 5시에 자려고 누웠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잠을 못 자서 얼굴이 하야냐" 물었더니 "햇빛 볼 일이 없어서" 그렇단다. 그는 월요일에 콘티(스토리)를 짜고, 화요일에 그림을 절반 정도 그린 뒤, 수요일에 원고를 완성해서 담당자에게 보낸다. 목요일에 인터뷰나 회의, TV 출연 등 만화 바깥의 업무를 하고 나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또 만화를 그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이런 일정을 지켜야 하는 강박증 같은 게 있었다"고 했다.

17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만난 조석 작가가 아내'애봉이'(왼쪽)와 자신의 캐릭터 인형을 들고 있다. 그는"작품에 등장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자신의 캐릭터가 더 인기가 많았으면 하고 바라는 눈치다. 최근에는 장인어른까지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했다.

연재하는 동안 만화에도 등장하는 여자 친구 '애봉이'와 결혼하고 6개월 된 딸도 생겼다. 결혼식을 올리거나 신혼여행을 다녀오지는 않았다. 1000회를 맞아서 네이버 측에서 "최고의 패키지로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마저도 거절했다. "결혼식이나 신혼여행이 없었기에 마감을 지킬 수 있었어요. 아내와 그런 면에서 마음이 잘 맞는 편이에요. 무엇보다 제가 휴가를 간다고 해서 마음 편히 놀 수 있을까 싶어요. 어느 정도 하면 쉬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지금이 '어느 정도'에 도달했단 생각도 안 들고요. 아플 때도 조금씩 그리다 보면 결국은 원고를 다 완성해버려요."

조석은 제대 후 휴학생 시절 네이버 '베스트 도전'이란 코너에 동명의 개그 만화를 그리다 발탁됐다. 개그 만화이지만 일상이나 군대, 학창 시절 경험에서 소재를 얻는다. 가족과 친구, 지인, 애완견이 캐릭터로 등장한다. 2차원의 그림 속에서도 '몸개그'를 활용하고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경험을 재기 넘치게 묘사한다. "나는 차가운 도시의 남자(차도남),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나 "요즘 못생긴 건 괜찮아?"처럼 '피식' 하는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도 그의 특기다. 최근에 나온 '영어화 가족'은 엄마가 가족들에게 집 안에서 영어만 쓰기를 요구하는 에피소드. 아빠와 형, 조석은 영어를 하지 않으려고 "아, 헤이"로만 대화를 하고 급기야 어머니가 알아듣지 못하도록 고음으로 한국말을 한다. 평범한 일상을 비틀고 과장한 그의 유머 코드는 '병맛' 개그의 시작이었다.

'네이버의 개그 기계'나 다름없는 조석은 정작 잘 웃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매우 예민하고 좀 어두운 편"이라고 표현했다. "조석은 한 달에 7800만원을 번다"는 우스갯소리의 실체에 대해 물었더니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그것보다 많이 번 달도 있다. 만화가, 웹툰 작가라고 가난하게만 보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600회 정도까지만 해도 '이번 편이 재미없으면 죽고 싶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원고를 보냈어요. 지금은 이쯤 해도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나오는 거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꿨지만요. 대신 쉴 수 없을 것 같아서 스트레스 받아요. 연재를 거르지 않는 게 신앙처럼 굳어져서 한 번이라도 쉬었다간 배교자 취급받을 것 같거든요."

노는 것에도 별 관심이 없다. "디즈니랜드를 통째로 빌려줄 테니 실컷 놀라고 하면 그 안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올 것 같아요. 저는 담배랑 커피, 딱 그 정도만 있어도 좋아요. 그리고 마감을 지키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