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오전 9시쯤 지하철 3호선 녹번역 1번 출구로 나와 3~4분쯤 걸으니 녹번 1-2지구 재개발 사업장이 나왔다. 공사를 위해 설치한 펜스 틈 사이로 철거를 기다리고 있는 낡은 빌라들이 눈에 들어왔다. 10여 명의 철거업체 관계자들은 빌라 주변을 서성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난 7월 입주를 시작한 '북한산 푸르지오' 입주민들은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북한산 푸르지오는 녹번 1-3지구를 재개발한 곳으로 1-2지구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접해있다.

'래미안 베라힐즈'가 들어서는 서울 은평구 녹번 1-2지구 재개발 공사현장.

서울 은평구 녹번동 주변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이 일대가 신흥 주거지로 거듭나고 있다. 녹번 1-3지구는 이미 준공됐고, 나머지 1-2, 1-1지구는 철거가 진행 중이다.

◆ 녹번동 재개발 아파트 1억 올라

녹번역 주변 재개발 사업은 2004년부터 추진됐다. 개발계획 수립 당시에는 1개 구역으로 진행됐지만, 2007년에 3개 지구로 쪼개졌다. 이후 조합이 설립되면서 순차적으로 사업이 진행됐고, 속도가 가장 빨랐던 1-3지구는 '북한산 푸르지오' 1230가구로 재탄생해 올 7월 입주를 마쳤다.

1-2지구와 1-1지구도 각각 2014년과 2013년에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철거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1-2지구 시공을 맡아 '래미안 베라힐즈' 1305가구를 짓고, 현대건설은 1-1지구를 재개발해 총 952가구의 '힐스테이트 녹번'(가칭)을 만들 예정이다.

은평구에서는 그동안 불광동 일대가 주거지로 주목받았다. 이 일대 재개발 사업이 2000년대 후반에 마무리되면서 '북한산 래미안', '북한산 힐스테이트', '불광 롯데캐슬' 등 4800가구가 새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대단지가 조성되면서 상권도 이 일대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녹번역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녹번 1구역 3개 지구 사업이 2018년쯤 모두 마무리되면 총 3487가구가 들어서게 돼 은평구의 신흥 주거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녹번동 S공인 관계자는 "녹번동 재개발 단지들은 강남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3호선을 끼고 있고 불광동 재개발 아파트보다 지하철역이 더 가까워 은평구의 새로운 랜드마크 단지가 될 것"이라며 "이미 입주를 한 북한산 푸르지오의 로열 동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은 아파트 가격에도 반영된다. 불광동 재개발 아파트 중 가장 최근인 2013년에 입주한 '불광 롯데캐슬' 전용면적 84㎡는 5억6000만~5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같은 면적의 북한산 푸르지오는 5억4500만~6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북한산 푸르지오 전용 84㎡의 분양가는 4억8000만~4억9000만원이었는데, 입주 후 5개월이 채 안 돼 1억원이 오른 것이다.

◆ "직장인부터 은퇴계층까지 관심"

'래미안 베라힐즈'는 지하철 3호선 녹번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단지라는 것이 큰 장점이다. 녹번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중심업무지구가 있는 종로3가까지는 13분이 걸리고, 압구정·신사 등 강남 지역도 30분 이내로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 도심이나 강남에 직장을 둔 30~40대와 자녀에게 아파트를 장만해 주려는 중·장년층의 문의가 많다는 것이 현지 공인중개업계의 설명이다.

녹번동 J공인 관계자는 "도심이나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물론, 인근 성북구 평창동이나 구기동에 거주하고 있는 중장년층이 자녀 신혼집을 장만해주기 위해 많이 문의한다"며 "평창동에서 구의 터널만 넘으면 바로 녹번동이기 때문에 거리상으로도 가깝고 교통 여건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녹번동 H공인 관계자는 "출퇴근 문제 때문에 서대문구 홍은동이나 홍제동에 사는 사람들이 지하철 3호선 인프라를 그대로 누리면서도 새 아파트인 녹번동 재개발 아파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래미안 베라힐즈는 단지 안에 북한산 진입로가 있고 일부 동(棟)에서는 전면에서 북한산을 바로 조망할 수 있다. 녹번동 C공인 관계자는 "단지에서 북한산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고 북한산 둘레길도 가까워 은퇴 후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은퇴계층도 관심을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하철 3호선에 대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데다 북한산을 끼고 있어 자연환경도 좋은 편"이라며 "녹번 1구역의 3개 지구 재개발이 끝나는 2018년 후반이면 34000여 가구의 대단지가 조성되는 만큼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