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남성 키만한 용수철을 꾹 눌러놓은 듯한 송전 설비들이 제주도 한림읍 금악변환소와 한림변환소에 들어서 있다. 제주 한림읍에는 또 5.3km에 이르는 DC 송전선로가 들어섰다.

제주 한림읍 한림변환소.

한국전력이 LS산전, LS전선, 대한전선과 함께 만든 HVDC(초고압직류송전) 실증단지는 한림읍에 위치해 있다. 바다에 둘러싸인 제주도는 전력을 공급받기 위해 '송전기술의 꽃'이라고 불리는 HVDC를 선택했다. 직류로 전기를 보내면 육지와 섬을 잇는 해저케이블 송전뿐 아니라, 장거리 송전도 할 수 있다.

이전까지 많이 쓰이던 교류는 변압기를 통해 전력을 손쉽게 전달할 수 있지만, 전력 손실이 크고 송전 거리가 짧다는 한계가 있었다. 장거리 송전 수요가 늘고 데이터센터 등 많은 양의 전력을 소비하는 산업이 발전하면서 전력 손실이 거의 없고 송전 거리도 긴 직류가 각광받는 이유다.

제주지역 전력수요는 관광·컨벤션 관련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면서 최근 10년동안 꾸준히 늘어왔다. 이에 정부는 2008년 제주 지역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제2의 HVDC 건설을 추진했다. 당시에도 HVDC 건설과 LNG복합화력 건설을 놓고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HVDC 건설로 결론을 맺었다. HVDC 증설의 경우 LNG복합화력에 비해 건설비용이 적게 들고 연료비가 비싼 제주 지역에 상대적으로 발전 단가가 낮은 육지계통의 전력을 공급해 경제성을 확보했다.

LS산전이 추산한 2020년 HVDC 시장 규모는 730억달러(약 77조원)다. 2030년에는 14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는 대용량 장거리 송전 수요가 크고, 미국에서는 노후한 HVDC 교체 수요와 함께 신재생 연계용 대용량·장거리 송전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러, 한·일, 한·중 간 송전망 연계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ABB와 지멘스, 알스톰 3대 글로벌 기업이 현재 30조원 규모인 세계 HVDC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각각 50%, 30%, 15%를 점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이미 40~50년 전부터 HVDC 기술을 상용해 세계 각국에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LS산전의 HVDC 변환용 변압기.

이를 뒤집기 위해 경쟁자로 나선 국내 기업으로는 LS산전이 있다. LS산전은 변환기술을 핵심 역량으로 정하고, 2011년 1100억원을 투자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HVDC 공장을 지었다. 이 회사의 80kV 변환용 변압기는 제주 금악변환소에 설치됐다. LS산전은 최근 250kV 설비를 개발을 마치고, 2016년 500kV 설비 개발에 나선다.

LS산전 관계자는 "직류송전기술은 전력산업의 새로운 시장을 열고 국가 성장 먹거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