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초유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중국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7일 희망퇴직 공고문을 내고 8일부터 18일까지 국내에서 근무하는 사무직 직원 3000명 전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접수 중이다. 여기에는 작년 갓 입사한 신입사원은 물론 23세 여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에서 일반 사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은 IMF 외환위기 당시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게다가 미국식 합리주의를 표방하는 경영방침에 따라 직장 분위기가 좋기로 소문난 두산의 핵심계열사에서 이처럼 초고강도 구조조정이 단행되는 데 대해 젊은 직원들의 충격이 상당히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젊은 직원은 "온통 회사가 뒤숭숭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동료를 위해 내가 나가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두산 사내 게시판과 SNS에서도 회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직원들은 "지금 구조조정을 하는 것을 보면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의 광고슬로건이 거짓말이었다" "회사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경영진들은 뭐했나" "야구선수들에게는 4년에 100억원씩 돈을 주면서 이 겨울에 직원을 쫓아내다니…" 등의 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굴삭기

두산인프라코어가 초유의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240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3447억원)보다 35%나 줄었다. 여기에 당기순손실 24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55억원 흑자와 비교하면 참담한 '성적표'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해외 사업장을 포함한 총부채가 8조5000억원이 넘고, 한때 3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5000원대로 내렸다.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이 된 국내 사업장을 보면 훨씬 더 심각하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405억원, 누적 당기순손실 372억원으로 영업을 해서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두산인프라코어는 희망퇴직 외에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알짜 사업부인 공작기계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건설기계 업황이 나빠지면서 굴착기 시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점유율이 대폭 줄었다"며 "회사가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인원을 줄이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