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국제 유가와 구리 등을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원자재 수출 신흥국도 덩달아 위기에 내몰렸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원자재 수요가 줄면서 나라 곳간이 부실해진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자재 가격까지 떨어진 탓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달러화 강세 현상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원자재 가격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신흥국 경제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국제 유가도 금 가격도 뚝뚝

14일(미국 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36.31달러에 장을 마쳤다. 7거래일만에 소폭 상승했지만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40달러선을 여전히 밑돌았다. 북해산브렌트유 2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38.24달러로 덜어졌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금이나 은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금 가격은 전날보다 12.3달러 떨어진 온스당 1064.4달러에 거래됐다. 은은 2009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온스당 13.695달러를 기록됐다. 구리 가격은 파운드당 0.5센트(0.2%) 하락한 2.112달러에 마감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일단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9년여만에 기준금리를 올려잡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FOMC는 15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대신증권의 조윤남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달러화와 달러 자산을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게 되는데, 이 때 원자재 시장에서는 달러가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은 원자재 시장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 달러화는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달러인덱스는 97.70까지 올랐다.

◆ 신흥국 경제 어려움 가중…도미노 효과 우려까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신흥국의 경제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국제 유가 폭락으로 약 1070~1333억달러 가량의 재정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이다.

그래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상황은 양호한 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85bp(1bp=0.01%포인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 났을 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파생 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높아진 것은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다. 전체 재정수입에서 원자재 수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베네수엘라의 CDS프리미엄도 4243bp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부도 위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이투자증권의 강재현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가격 약세로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았더 신흥국들의 재정이 고갈되고 있다”며 “신흥국이 긴축 정책을 펴면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고, 혹시 산유국 한두 곳에서 부도가 나게 되면 도미노 효과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