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가 국제 유가 하락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등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영업이익은 의외로 늘고 있다.

본지가 13일 LG화학 등 4대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경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 4개 업체의 영업이익은 총 3조5000억원대로 집계됐다.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아 매출이 업체별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최대 27% 정도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2~6%대이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4~14%대로 높아졌다. 기름 가격이 떨어지면 매출과 수익도 감소하는 게 정상인데 왜 그럴까.

주력 제품 '에틸렌' 수익성 개선

올 들어 3분기까지 LG화학·롯데케미칼·SK종합화학·한화케미칼 등의 영업이익은 모두 지난해보다 두자릿수 이상 늘었다. 롯데케미칼은 1년 만에 340% 정도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이익이 호전된 첫 번째 원인은 한국 기업의 주력 제품인 에틸렌의 수익성 상승이다. 1년 전에 비해 제품의 주원료인 원유(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43% 떨어졌는데, 에틸렌 가격은 25% 하락에 그쳤다. 싼 원자재로 비싼 제품값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올 9월 이후 에틸렌 판매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및 경쟁사 증설 중단 효과

두 번째는 경쟁사인 중국 기업들의 잇따른 설비 증설 취소이다. 중국 기업들은 2010년부터 국제 시장에서 고(高)유가가 지속되자 '석탄'을 원료로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석탄화학설비 증설에 나섰다. 석탄화학설비는 석유화학설비에 비해 초기 투자비가 3배 정도 많이 든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은 비싼 석탄화학설비를 지어도 원료 가격 경쟁력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 이달 2일부터 11일 사이 휘발유 가격이 리터(L)당 1300원대로 떨어진 주유소는 전국에서 1400여 곳 늘었다. 13일 낮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L당 가격을 1372원으로 공시하며 '가격 大할인'이라고 써 붙였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40달러대로 급락하자 석탄화학설비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급기야 중국 기업들은 석탄화학설비 건설 공사를 미루거나 취소했다. 내년까지 가동 계획을 세웠던 중국 석탄화학설비 28개 중 가동 일정이 확정된 곳은 8개뿐이다. 중국 측 생산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한 다른 나라 기업들까지 설비 신·증설을 멈춘 효과도 작용했다. 이 때문에 일부 에틸렌 화학제품은 일시적인 공급 부족 현상을 빚었다.

"고부가제품 생산과 해외 M&A 등 해야"

전문가들은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 호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동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이 다시 석탄화학설비 신설 결정을 하더라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내년 말까지는 양호한 수익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 전망에 대해선 경계하는 시각이 많다. 올해 이익 증가가 경쟁력이 높아서 생긴 게 아니고 '반사이익 효과' 덕분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기업들이 다시 설비 증설에 나서면 실적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 분석가인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이 지금의 운(運) 좋은 시장 상황에 도취해 투자를 게을리하다간 실적 쇼크에 빠지는 게 '시간문제'"라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위한 고도화설비 증설과 해외 업체 M&A 등 미래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