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조선해양에 453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이는 2개월간의 정밀 실사 결과 인력 감축, 생산능력 축소, 저가수주 차단 등 구조조정을 전제로 추가 지원을 하는 것이 청산하는 것보다 낫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원 내용상 STX조선해양에 내년말까지 한차례 더 기회를 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산업은행(이하 산은) 등 채권단은 11일 서울 중구 STX조선해양 서울사무소에서 회의를 열고 STX조선에 4530억원의 선박건조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자금은 STX조선이 수주한 선박을 건조하거나 인도하는데만 사용된다. 산은은 "STX조선해양에 4530억원을 지원하면 내년말까지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지난 2013년 STX조선해양에 대해 자율협약(은행공동관리)을 시작할 당시 4조5000억원(2조원은 출자전환)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4500억원을 미집행한 바 있다. 이번 지원금액은 당시 결의된 후 집행되지 않은 금액이다.

산은은 기존 지원자금과 추가 지원금 금리를 연 1%로 낮추기로 했다. 지금까지 지원된 자금에 대해서는 연평균 4%안팎의 금리가 적용돼왔다. 산은 관계자는 "연간 1200억원 정도의 이자 절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STX조선해양에 대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택하지 않은 것은 지난 2개월간 안진·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해 실시한 경영정상화 실사 최종 보고서에서 계속기업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안진·삼일회계법인은 "실사 결과 계속기업가치(기업 유지)가 청산가치(기업회생절차)를 상회하고 사업 구조조정, 수주합리화, 인적 구조조정 등을 실행할 경우 2017년부터는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산은은 이번 지원 조치와 함께 STX조선해양의 사업구조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경남 진해에서 운영 중인 선대(船臺)를 기존 5개에서 2개로 축소한다. 선대는 선박을 건조·수리하거나 진수시키기 위해 경사진 평면에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 조선대를 말한다.

저가수주를 차단하기 위해 STX조선해양은 대형 선박 건조를 중단하고 5만~7만톤급 소형 선박 건조에 집중한다. 산은은 "그동안 STX조선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빅3'와 경쟁했던 해양플랜트와 중대형 컨테이너선, LNG 등은 수주를 중단하게 함으로써 국내 조선업계의 과잉공급과 저가수주 우려를 해소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성 조선소는 이미 수주한 물량이 인도되는 2017년 이후부터 대형조선사 하청을 받아 선박을 제작하는 블록공장으로 전환된다.

인적 구조조정도 실시한다. 산은에 따르면 STX조선은 지난 10월까지 864명(24.4%)을 감원했다. 또 추가적으로 930명(34%)의 인력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이번 지원으로 STX조선은 최소한 내년 말까지는 추가 신규 지원 없이 정상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 관계자는 "내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기수주 선박을 인도할 것"이라며 "신규 수주 축소에 따라 선수금환급보증(RG)도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외 여건 악화가 심화되고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지연될 경우 독자 생존 가능성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채권단 회의에서 논의된 지원방안은 오는 15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정식 부의되고 1주일 간 각 채권은행들의 논의를 거쳐 75%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