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9일 발표한 조직 개편에서는 신수종 사업을 찾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상이 상당 부분 드러났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장사업팀 출범 등을 골자로 하는 2016년 조직 개편 및 보직 인사를 발표했다. 사실상 삼성 그룹의 수장으로서 이 부회장이 단행한 첫 조직개편이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략 실행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 부회장의 첫 번째 메시지는 역시 '전기차'다. 완성차 시장 진출 여부는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지만 애플과 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뛰어든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미래형 자동차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삼성전자(005930)는 자동차 전장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전사조직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키로 했다. 전장부품에는 중앙정보처리장치(CID), 차량용 반도체,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이 모두 포함된다.

생활가전 C&M사업팀을 담당하던 박종환 부사장이 전장사업팀장을 맡았다. 그는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삼성자동차 경영전략담당 과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두 번째 메시지는 IoT(사물인터넷)와 웨어러블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서 TV를 만드는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에 'AV(오디오비디오) 사업팀'을 신설했고 무선사업부에 '모바일 인핸싱(Mobile Enhancing)팀'을 설치했다.

오디오와 비디오 자체는 수익성이 낮고 한물 간 사업이다. 그런데 IoT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블루투스 등 무선으로 TV와 오디오, 비디오 등 집안 모든 제품이 연결되는 시대가 온다고 보면, 소형 가전 제품의 효용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올해 CES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무선 360 오디오' 등이 뜰 수 있다.

이름이 모호한 모바일 인핸싱 팀은 스마트폰 외에 모바일 기기를 준비하는 곳으로 읽힌다. 스마트 워치를 비롯해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의 'UO(United Object)' 전략과 비슷하다. SK텔레콤은 올 4월 기자간담회에서 IoT 시장을 키우겠다며 UO 브랜드를 론칭하고 UO스마트빔 레이저, UO링키지, UO스마트빔2 등 신제품을 잇달아 발표했다. 스마트폰 제조회사인 삼성전자와 통신회사인 SK텔레콤이 유망하게 본 차세대 시장이 일치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타이젠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강화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무선B2B개발팀장이던 이인종 부사장을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 무선 상품전략팀장이던 노태문 부사장을 개발2실장으로 발령냈다. 흥미로운 것은 개발 1실장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관장하고 개발2실장이 하드웨어를 관장한다. 스마트폰에서 소프트웨어의 위상이 하드웨어 위상보다 높아진 것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모든 하드웨어 역량을 집중해 만든 갤럭시S6가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거두자 이번 조직 개편에서 소프트웨어에 확실히 힘을 실어준 것이다.

삼성전자의 IoT와 소프트웨어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곳은 CE(가전)사업부에서 IM(무선) 사업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전사 조직인 소프트웨어 센터가 원래 신종균 IM 부문장 밑에 있다가 지난 2014년 윤부근 CE 부문장 밑으로 갔는데 다시 신 부문장 밑으로 돌아왔다.

윤부근 부문장이 소프트웨어 센터를 관장할 때 삼성전자의 모든 TV에 삼성전자 개발 운영체제인 '타이젠'을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역시 타이젠 등 소프트웨어 전략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짜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고 신종균 부문장이 소프트웨어 센터를 관장하도록 했다.

지난 10월 27일 서울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삼성오픈소스콘퍼런스에서 김영윤 삼성전자 상무가 삼성전자의 오픈 소스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신수종 사업을 준비하는 이 부회장의 마지막 메시지는 '인도'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중국 시장 다음으로 삼성전자가 면밀하게 준비해야 할 시장으로 인도를 낙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는 시장도 크지만, 삼성전자의 개발 아웃소싱 기지로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삼성전자는 세탁기 '액티브워시'와 운영체제 타이젠 개발을 주도한 인도 현지에 상품기획 및 개발 인력을 대폭 보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