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대형 정유 플랜트 공장을 건설중인 국내 건설사 일부가 공사를 마쳤지만 발주처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저유가 탓에 발주처가 공장을 운영할 여력이 급감하면서 다 지어진 공장을 떠안기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안에 있는 A건설사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S프로젝트는 공사도 끝났고 시험 운전까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발주처가 공장을 넘겨받지 않고 최종승인을 미루고 있다"며 "겉으로는 보수공사 등을 이유로 승인을 미루고 있지만, 최근 저유가 탓에 공장을 돌릴 일이 줄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국 발주처 자금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블룸버그 등 외신은 저유가에 재정수입이 악화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일부 기반시설 공사 대금을 늦게 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자본이 풍족했던 사우디가 국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국내 대형 건설사가 중동에서 수행 중인 또 다른 현장 3곳도 공사가 완료됐지만 시험 운전과 추가 보수 등의 이유로 현지 발주처가 프로젝트 종료를 미루고 있다.
중동 플랜트 공장의 시험 운전은 한국과는 다르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정유 공장을 운영하는 방법이 까다로워, 국내 건설사는 시험 운전 단계에서 중동 현지 엔지니어에게 운영 기술까지 전수해야 한다. 공사가 끝나도 최종 승인이 늦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B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계약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공사가 완료됐다고 해서 바로 공장을 넘겨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발주처는 자국 직원이 충분히 숙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원해 시험 운전이 길게는 3년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설계·조달·시공·운전(EPC)을 모두 책임지는 일괄수주방식도 걸림돌이다. 계약서를 명확하게 작성하지 않으면 공사가 모두 끝났더라도 발주처가 추가 공사를 요구할 때도 있다. 일부 발주처는 주변 도로 정비나 보조 시설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C건설사 관계자는 "공사가 끝난 MC(Mechanical Completion) 단계 이후에 발주처가 계약에도 없는 전기공급까지 떠넘기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추가 공사를 해주느라 공사 기간이 늘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갖가지 이유로 최종 준공 시기가 미뤄진다고 해도 한국 건설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발주처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2010년부터 국내 건설사가 공격적으로 수주하는 과정에서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발주처가 공장을 늦게 넘겨받으면서 생기는 추가비용은 모두 국내 건설사들이 부담해야 한다. A건설사 관계자는 "MC 단계 이후에 추가되는 보수공사와 시험 운전 비용에만 보통 10억원 이상 들어가는데, 이런 부분은 실적에 손실로 반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