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힘이 강해지면서 경제에서도 국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국회는 국민의 요구를 잘 읽어서 정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사회 갈등 사안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설득도 해야 한다. 시대정신을 가지고 공론(公論)을 형성해야 한다. 국회 내에서 집권 여당은 이런 '좋은 의미의 정치'를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여당 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들은 어떤 가치를 위해 정치를 할까, 어떤 생각으로 정책을 만들까. 조선비즈는 여당의 정책 키맨들을 만나 이런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좋은 일자리 통해 고용 불안 해소하는 정공법으로 풀 수밖에"
"인구 뿐 아니라 정신적 고령화도 심각…기회균등법으로 열정 살려야"

지난 2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에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이 통과됐다. 그로부터 약 10시간 후, 인터뷰를 위해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실을 찾았다. 강 의원의 집무실 큰 탁자에는 온갖 세법(稅法) 및 예산과 관련된 두터운 책자들이 서너겹으로 쌓여 있었다. "세법 및 예산안이 통과되고 난 후 김무성 대표와 20여명이 국회 근처 감자탕 집에서 소주 한잔 했습니다"는 그의 말에서 큰 일을 마무리 지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박근혜 정부의 경제 지도를 그려내는 3대 축 중 하나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 정책의 방향을 잡으면, 국회에서 실현 가능한 완성품을 만드는 것이 강 의원의 역할이다. 이들은 학교 동문으로 ‘위스콘신대 3인방’으로 불리며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교사 역할을 해왔다.

강 의원은 청와대·정부와 국회의 정책 연결을 위해 당내 거의 모든 경제 모임을 이끌고 있다. 초선임에도 세법을 다루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경제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 단장과 공적연금 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각종 당정협의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강 의원에게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정신적 고령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구구조가 고령화돼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열정과 도전의식이 사라지고 안정만 추구하려는 분위기로 무기력해지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 ‘금수저·흙수저 논란’에서 보듯이,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서 기득권 세력이 강화되고 이게 사회 전반을 축소 지항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당은 내년 총선 키워드를 ‘금수저·흙수저 문제’ 해결을 위한 불평등 해소로 잡았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한국 사회의 정신적 고령화가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 “평생 불평만 해봐야 대안이 없다…좋은 일자리 가질 수 있게 해야”

- ‘금수저·흙수저’ 논란이 거세다. 상속 문제로 봐야 하나.

“금수저 흙수저 논란은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이 많다, 아니다’의 문제다. 하지만 부모로부터 엄청난 재산을 받는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얼마 되지도 않는다.

결국 금수저·흙수저 논란은 노동시장의 좌절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를 갖고 싶은데 그게 너무 어려우니까 결국 ‘나는 부모를 잘못 만나서 유학을 못 갔다’, ‘금수저처럼 여유롭게 구직 활동을 못하고 오늘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고용, 일자리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올해 세법 과정에서 신설된 청년고용증대세제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 확대 등의 고용 지원 정책이 문제를 푸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금수저·흙수저 논란을 평생 이야기해봐야 아무런 대안이 없다. 모든 사람들이 직장을 가지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면 금수저·흙수저 논란은 그것으로 풀리는 것이다. 금수저·흙수저 문제를 ‘금수저를 물려주지 못하게 하라’ 당장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가 될 지 몰라도, 자신(흙수저)에게는 구체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고용을 늘리려면 노동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노동 시장에 대한 경쟁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있는 기성 세대가 어느 정도 양보해야 새 청년들에게 희망이 생긴다. 기존 세대들이 ‘나는 아무런 손해를 안 보겠다’ 이렇게 나가면 청년들에게 기회가 적어진다. 이 문제는 세법으로 일부 풀 수 있지만 그 부분보다는 규제 완화, 경제 활성화 등 종합 예술로 풀어야 한다. 금수저·흙수저 핵심은 일자리지만, 일자리 문제를 풀려면 종합 예술이 필요한 것이다. 규제를 완화하고, 기회도 균등하게 하고 동시에 경제 활성화도 하는 복합 패키지다.

결국 금수저·흙수저는 상속의 문제로 풀리지 않는다. 정신적인 ‘배아픔’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좋은 직장을 주는 정공법(正攻法)이 필요하다.”

-부(富)의 상속 문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바뀔 필요가 없나.

“상속 및 증여는 크게 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기업 상속이고, 하나는 개인 상속이다. 기업 상속을 정부와 여당은 가업 상속이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가업 상속이라는 이름 때문에 국민들이 기업주를 위한 정책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

정부가 제도 이름을 잘못 붙인 것 같은데, 기업주의 가업 상속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제도라기 보다 제도의 본질은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의 고용을 계속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용 유지 장려 세제와 같다. 제도에 고용 유지 의무가 있어서 고용을 유지하지 않으면 상속세를 다 토해내야 한다.”

-상속세 내느라 회사를 폐업하거나 매각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니까 그런 걸 막는다는 것인가?

“그렇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가업 상속을 하면 세금이 다 없어지는 줄 아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10년 이내 고용 유지가 안 되면 다 상속세를 내야 한다. 또 10년 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을 팔게 되면 양도소득세를 물게 된다. 현재는 아버지가 100억원을 줬을때 먼저 상속세를 낸다. 그 후에 내가 팔 때 150억원이 됐다면 50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가업 상속은 아버지가 10억원에서 100억원을 만들고, 아들이 150억원을 만들면 상속세가 없는 대신 아버지가 부담했어야 하는 양도 차익까지 합쳐서 140억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 혜택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강석훈 의원은 한국 사회에 기회의 사다리, 희망 사다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상속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개인 상속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가 상속세 세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세금을 제대로 내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구조다. 정상화 차원에서 상속세율을 적정 수준으로 인하하고 공제율을 높여줘야 한다.”

-자진 신고 납세하면 상속세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그렇다. 상속세 수입이 훨씬 늘어날 수 있다. 현재는 탈법이 난무하는 상속세 시장이다.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공제율을 높여주면, 누구나 세금을 떳떳하게 내고 싶을 것이다.”

◆ "정신적 고령화 문제 해결 필요…기회균등법 통과시켜 열정, 기업가 정신 되살려야"

-요새 젊은 사람들은 공기업이나 공무원 등 안정된 일자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 육체적으로 늙는 것보다 정신적 고령화가 훨씬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전 의식, 기업가 의식, 창업 의식 등이 없어졌다. 정신적 고령화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

경쟁의 가치에 대해 존중하고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있어야 한다. 한국 사회가 성장이 정체되면서 기득권이 강화되고, 자꾸 더 축소지향적으로 되는 ‘장벽 쌓기·축소 지향적’ 사회가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기회 균등법’을 발의하고 ‘호프노믹스(hopenomics)’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시대정신은 기회다.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은 기회의 나라여야 한다, 균등한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걸 공감해야 ‘정신적 고령화’를 없앨 수 있다. 희망의 나라로 가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기회가 매우 중요하다. 여러가지 힘든 상황에서 그 분들에게 빵을 던져 주는 것이 아니라 ‘기회의 사다리’를 내려주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방향이라고 본다.

기회라는 관점에서 무조건 나눠주는 복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 나눠주는 복지를 사회적 약자에 집중시키고, 일반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많아지게 해야 한다.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오늘보다 내일의 삶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희망 경제학 ‘호프노믹스(hopenomics)’다.”

-복지는 사회적 약자에게 선별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인가.

“선별적으로 가면 누구를 선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기회 사다리가 많아지고, 재기의 사다리로 올라갈 수 있도록 생존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선별적 복지는 한국 사회에서는 토론이 잘 안 되는, 막혀 있는 주제다. ‘뒤끝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