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조선사 "사업별 공시하면 원가 드러난다" 반발
금융위 "원가 추정 가능한지 회계 전문가와 재검토"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에 건설사와 조선사 등 산업계 전반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상위 25개 건설사는 지난달 27일 금융위 정책에 대한 탄원서를 금융위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했고,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지난 3일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에 대한 공동의견서를 금융위와 한국회계기준원에 보냈다.

정부의 수주산업 회계 투명성 제고방안에 대한 건설사들의 탄원서

◆ 금융위, 내년부터 매출 큰 사업 예정원가 공시 추진

금융위가 추진하는 회계 투명성 제고방안의 요점은 사업 규모가 매출의 5% 이상인 사업장마다 예정원가와 공사진행률, 미청구공사의 회수 가능성, 충당금 등을 기업이 분기마다 재평가해 반영하고, 이를 공시하라는 것이다. 공시 대상 기업은 사업보고서를 내는 건설사와 조선사 등이다.

또 금융위는 주의를 필요로 하는 대상을 중점 감사하고, 그 결과를 장문으로 상세히 기술하도록 하는 핵심감사제도 도입하도록 했다. 건설사와 조선사가 저가 수주 등으로 인한 손실을 회계에 한꺼번에 반영하면 일시에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데, 이를 막기 위한 것이다.

건설사와 조선사들은 예정 원가와 공사 진행률을 공개하면 사업장별 원가가 드러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원가가 드러나면 해외 업체와의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발주처가 공사 금액을 후려칠 가능성도 커진다고 주장했다. 또 핵심감사제를 건설사와 조선사에만 도입하는 것은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사들은 계약별로 분기마다 각종 정보를 공개하는 대신 건축 부문, 플랜트 부문 등 부문별로 공시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또 도입 시기를 2017년으로 늦추고 핵심감사제도 다른 산업이 도입할 때 함께 시행하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 "일부 사업장 원가 드러날 수도"…금융위, 원가 추정 가능한지 재검토

회계 전문가들은 금융위가 추진하는 현재 방안이 확정되면 일부 사업장은 원가가 드러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건설사와 조선사들의 주장처럼 모든 사업장에서 원가가 공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이전보다 공시하는 요소들이 늘어 원가를 추산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지 무조건 원가가 드러난다는 건설사들의 주장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사업 원가가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건설사와 조선사가 뒤늦게 항의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금융위는 회계 투명성 제고방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건설사들 및 관련 협회 회계담당자들과 간담회를 다섯 차례 가졌고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선욱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건설사들의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불러서 방안을 미리 공개한 뒤 하나하나 따져가며 업계 의견을 들었고 요구사항을 수용해 줬다"며 "당시에는 원가가 드러날 수 있다는 말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선영 대한건설협회 시장개척실 과장은 "건설업계에서는 처음부터 사업장별이 아닌 부문별 공개를 주장했다"며 "공청회를 하고 일부 건설사들의 의견이 반영되긴 했지만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선 과장은 "건설사들 말처럼 정말 원가가 드러나는 구조인지 회계 전문가들과 다시 한 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