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우면산 기슭의 성촌마을에 들어서자 푸른빛 유리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3년간 공사를 마치고 최근 가동에 들어간 삼성전자의 '서울 R&D 캠퍼스'였다. 이곳에는 지상 10층 건물 5동(棟), 지상 8층 건물 1동 등 총 여섯 동이 들어서 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과 수원 등지에 흩어져 있던 연구·개발 인력 7000명 중 현재 4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 입주 이후 도심 속 시골을 연상시켰던 우면동 일대는 요즘 아침 풍경이 달라졌다. 출근 시간이면 삼성 직원들을 태우고 내리는 통근버스가 쉴 새 없이 오간다. 우면동 주민 이모(62)씨는 "똑똑한 대기업 연구원들이 몰려오니 부동산이 움직이고, 동네 분위기도 싹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일대 부동산 시장이 이른바 '삼성 후광(後光) 효과'로 들썩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연구 기지인 '서울 R&D 캠퍼스' 준공으로 4000명이 넘는 직원이 상주하면서 주변 아파트값과 전세금이 뛰고 있는 것. 인근 아파트 전세금은 1년 새 최대 1억5000만원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이전은 인근 부동산 시장 상승을 견인하는 대표적 호재(好材)"라며 "그동안 저평가됐던 우면동도 삼성 입주로 미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직원 수요로 전세 동나
수원에서 근무하다 출퇴근이 편한 사옥 인근으로 세를 얻어 오려는 30대 직원들의 수요가 잇따르면서 우면동 일대 전세금이 많이 올랐다. 우면동 일대 아파트 전세금은 작년 4분기 기준 3.3㎡당 평균 1376만원에서 현재 1640만원으로 19% 정도 뛰었다. 같은 기간 서초구 평균 전세금 상승률(16%)보다 더 높다. 아파트 매매도 늘었다. 올 들어 11월까지 우면동 아파트 매매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 늘어난 218건을 기록했다.
서울 R&D 캠퍼스에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서초네이처힐' 등이 대표적 수혜 단지로 꼽힌다. 1단지 전용면적 84㎡는 작년 11월 평균 7억425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8억3500만원으로 9000만원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전세금은 5억원 초반대에서 6억원 중반대로 1억5000만원쯤 뛰었다. 우면동의 황금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달 서초 네이처힐 단지에서 거래한 6명이 모두 삼성전자 직원이었다"며 "전세는 아예 매물이 없고 어쩌다 나온 물건은 보지도 않고 계약할 정도"라고 말했다.
인근 상권도 기대감이 크다. 아직은 주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와 캠퍼스 내의 지상 4층 규모 상가만 있어 상권이라 부르기엔 미미하다. 하지만 삼성 입주 한 달여 전부터 점포가 속속 입주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캠퍼스 내 상가 1층과 2층에는 커피숍만 무려 9개가 들어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우면동은 도심과는 떨어져 있지만 고정적 배후 수요가 있어 안정적으로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며 "삼성 직원들의 출퇴근과 점심시간을 이용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이후 더 좋아질 것"
전문가들은 '서울 R&D 캠퍼스' 입주 효과가 내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면동에 먼저 자리 잡은 LG전자 우면 R&D 캠퍼스와 KT R&D센터,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양재동 LG전자 서초 R&D센터 등과 함께 우면동이 연구·개발 밀집 단지로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LG, 이랜드, 코오롱 등 대기업이 입주할 예정인 서울 마곡지구나 가산·구로동 디지털단지는 배후 수요와 유동 인구를 노린 오피스텔, 상가 등의 분양이 집중되고 거래도 활발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우면동은 서울 도심과 떨어져 있고 교통이 불편하긴 해도 대기업 연구 단지가 집중된 고급 이미지와 양재천 등 쾌적한 자연환경이 주목받으면서 주거지로서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