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츠·BMW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국내에서 첨단 편의사양과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4000만원대 이상 고급 SUV를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국내 SUV 시장은 최근 5년간 판매량이 60% 가까이 늘어날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소형·중저가에서 시작한 'SUV 판매 전쟁'이 중·대형까지로 비화(飛火)하는 양상이다.
◇고급 SUV…제품群 확대
자동차 업체들이 고급 SUV를 출시하면서 SUV 선택폭이 대폭 늘었다. 다양한 고객 수요를 맞추기 위해 SUV 제품군을 넓히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1일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인 GLC와 GLE를 공개하고 내년 1월 출시를 결정했다. 이들은 각각 C클래스와 E클래스 세단을 기반으로 만든 것인데, 좁은 공간에도 자동으로 주차하는 주차보조 기술 등 고급차에 들어가는 편의사양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벤츠는 내년 하반기 S클래스 세단을 기반으로 한 GLS 모델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S 클래스에 들어가는 시트 등 편의사양을 그대로 적용한다. 세단에서는 A, C, E, S 등 이름을 붙였다면, SUV에서는 GLA, GLC, GLE, GLS 등 이름을 붙인다.
BMW코리아는 이미 X1, X3, X5, X6 모델을 국내 시장에 출시해 시판 중이다. X6는 차량 뒷부분 디자인을 날렵하게 바꿔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2008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6782대 팔렸다.
랜드로버도 국내 고급 SUV 시장에서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5개 차종을 갖춘 이 브랜드는 올 들어 10월까지 판매량이 5054대로 전년 동기(3636대)보다 39% 정도 성장했다.
아우디코리아도 국내에서 Q3, Q5, Q7 모델을 시판 중인데, 이 세 차종은 올 들어 10월까지 3143대 팔렸다. 전년 동기(2441대)와 비교하면 30% 가까이 늘었다.
국산차도 맞불을 놓는다. 현대차 맥스크루즈와 기아차 모하비가 국산차 가운데 손꼽히는 고급 SUV인데, 맥스크루즈는 올 들어 11월까지 9071대 팔려 전년 동기(7983대) 대비 13.6% 증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입차와 비견되는 성능과 사양을 갖춘 데다 가격은 절반 수준에 불과해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가 최근 론칭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2018년 이후 별도의 고급 SUV를 출시하고 수입차에 대응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에서 SUV 인기
업체들이 이렇게 SUV 출시를 늘리는 이유는 그만큼 국내 SUV 시장의 성장폭이 높았기 때문이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더한 국내 총 SUV 판매량은 2010년 25만8031대였으나 올해는 10월까지만 해도 40만8959대가 팔려 58% 넘게 늘었다. 특히 수입차 판매량은 이 기간 2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승용차 증가율(91%)을 압도한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국내 일반 승용차 시장이 사실상 포화돼, 남은 새 시장이 SUV라고 보고 투자를 적극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에도 SUV 인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실내 공간이 넓고 운전하기 편하면서 레저를 즐기려는 운전자가 늘어나 다목적 차량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IHS 오토모티브는 SUV 인기가 상승해 2020년엔 시장점유율이 신차 시장의 27%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고급 SUV가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은 올 들어 10월까지 고급 SUV 판매량이 56만5091대로 전년 대비 12% 정도 늘었다. IHS는 2018년 전 세계 고급 SUV 시장 규모를 140만대 정도로 예측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박사는 "고급차일수록 대중차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며 "글로벌 인기 차종인 SUV 고급차 개발을 위해 업체들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