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8시 30분쯤 경기 평택에 있는 쌍용자동차 공장. 갑작스러운 한파로 바깥 기온은 영하 2도까지 떨어졌지만 공장 안은 직원들이 내뿜는 열기로 뜨거웠다. 직원들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는 소형 SUV 티볼리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300여 명의 직원들이 내장 부품을 붙이고 배선 작업을 하고 있었다. 천장에는 '세계인이 기다려온 우리 명차 티볼리, 쌍용인은 할 수 있다!'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티볼리 효과'로 쌍용차가 부활하고 있다. 올 초 국내 출시한 티볼리(Tivoli)는 10월까지 국내에서만 3만5000대 가까이 팔렸다. 경쟁 차종인 르노삼성의 QM3(1만9275대)와 한국GM의 트랙스(9797대)와 비교하면 각각 80%, 250% 넘게 더 팔렸다. 쌍용차 관계자는 "대기 물량이 4000대 정도 돼 지금 주문을 해도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티볼리의 호조로 쌍용차 전체 판매량(7만9200여 대)도 이미 작년 연간 판매량(6만9036대)을 넘어섰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여세를 몰아 조만간 북미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30~40%이던 공장 가동률이 83%로

티볼리와 코란도C를 생산하는 평택 1공장은 올 연초부터 하루도 야근과 특근을 거른 날이 없다. 이 공장은 주간·야간 2교대로 24시간 가동 중인데, 올해는 토요일에도 특근을 계속해 사실상 공장이 하루도 쉬지 않았다. 한때 30~40%였던 1공장 가동률은 최근 평균 83%까지 올랐고, 이 중 티볼리 가동률은 99%에 달한다.

이달 27일 저녁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야근(夜勤)하는 직원들이 티볼리를 검사하고 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가 월간 판매량 5000대를 돌파하면서 쌍용차의 실적도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2009년 법정관리 당시 평택공장은 일감이 없어 한 달 중 일주일을 쉬어야 했다. 나머지 3주도 4시간만 공장을 돌렸다. 직원 임금은 30%쯤 깎였고 복지와 상여금은 모두 중단됐다.

하지만 요즘은 정반대다. 이날 공장에서 만난 송인동(45) 조립1팀 직원장은 "직원들이 모두 '한 번 제대로 해보자'는 결의로 차 있다"고 말했다. 옆 라인에서 근무하던 한 직원은 "최근 다섯 살짜리 딸아이가 '열심히 일하는 아빠를 보면 자랑스럽다'고 했을 때는 눈물까지 났다"고 했다.

지역 경제도 마찬가지다. 쌍용차의 주간(晝間) 근무조가 일을 마치는 오후 9시쯤부터 인근 식당과 술집은 손님들로 넘친다. 실내주점을 운영하는 이모(56)씨는 "한때 거리에 나앉기 직전이었는데 다시 살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2년 만인 올 4분기 흑자 전환"

티볼리는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 인수 후 내놓은 첫 번째 독자개발 모델이다. 연구·개발(R&D)에만 42개월, 3500억원을 투입할 만큼 정성을 쏟았다.

상품성은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편의사양을 갖춰 소비자들 사이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입소문이 퍼진 것. 실제 티볼리는 1800만~2000만원 초반 가격이면서도 통풍(通風)시트, 에어백 7개 등 고급차 못지않은 편의사양을 갖췄다.

지난달에는 창사 이래 처음 국내 시장에서 단일 모델 5000대 판매를 돌파했다. 대기 물량을 맞추기 위해 최근 170억원을 투자해 체어맨 등을 생산하던 조립2공장에 티볼리 생산 설비를 추가했다.

노사 상생(相生) 문화도 한몫했다. 2009년 민주노총 탈퇴 후 쌍용차 노조는 한 번도 파업한 적이 없다. 송승기 쌍용차 생산본부장은 "아픔을 함께 헤쳐나온 사람들이라 '회사가 있어야 내가 있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숙제도 있다. 티볼리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을 생산하는 2공장과 3공장 가동률이 각각 18%, 54%에 불과하다. 쌍용차는 내년에 실내(室內)를 더 넓힌 티볼리 '롱보디' 모델, 2017년엔 렉스턴의 후속(後續) 대형 SUV를 각각 출시하는 등 향후 3~4년간 매년 신차를 내놓고 공장 가동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신차 출시가 적고 제품군이 다양하지 못한 약점을 보완하면 쌍용차도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완성차 업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