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선박대금의 70% 이상을 선박 인도 후 받는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의 선박 수주 계약에는 정책자금 지원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은 조선업체가 선박을 수주하고 받는 선수금이 전체 선박대금의 40%를 넘지 못할 경우 선수금환급보증(RG)을 통한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30일 복수의 정부 및 국책은행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플랜트산업협회 등으로 구성된 정책금융지원센터에서 다음달 말부터 실시할 조선업 수주 수익성 평가 기준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와 국책은행들은 선박 수주 계약을 맺기 전에 선박 수주 수익성 평가를 진행할 방침이다. 선박 수주 계약에 선수금 비율을 40% 이상으로 한다는 조항을 집어넣겠다는 것이다.

조선업체들은 발주한 선주회사에게서 받은 선수금으로 담보를 설정하고 RG를 발급받아 선박 제조비용을 은행 대출로 조달한다. 조선사들은 선박 인도 후 완납 받은 대금으로 빌린 자금을 갚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시황이 장기부진에 빠지고 선박 발주가 급감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국내 대형 업체들이 수주 경쟁을 벌이면서 선수금 비중이 낮아지고 선박 인도 후 받은 대금 비율이 높은 헤비테일식 수주가 급증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선박 인도 후 지급받는 대금 비중이 높을수록 선주사들이 발주를 취소할 유인이 높아진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선박 수주 계약을 할 때 선수금 지급 비율을 40% 이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RG발급 기준 선수금 비율을 40% 이상으로 한 것은 일부 특수선을 제외하고 최근 5년 가량 선박 계약을 검토한 결과 선수급 지급비율이 평균 30% 중반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런 판단을 내린 것은 헤비테일 비율이 높은 선박 계약이 대부분 손실로 이어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체들 사이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조선사들은 선박 선수급 비중이 10~20%에 불과한 선박 수주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늘어났다. 이런 헤비테일식 선박 계약은 국내 조선업체들이 주력한 해양플랜트, LNG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에서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같은 헤비테일식 선박 계약이 RG발급 업무를 하는 국책 금융기관들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 RG발급 업무를 가장 많이 하는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8조4000억원, 올해 10월까지 6조5000억원의 RG를 발급했다. 이중 8조원 가량이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한 RG계약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선주사들이 선수금을 10~20% 정도만 지급하고 주문을 취소할 경우 RG를 발급한 금융사들의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RG발급 선수금 비율 기준을 정한 것은 이를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와 국책은행들은 이 같은 방침이 국내 조선업체들의 국제 영업력 악화로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과 수주를 경합할 때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예외조항도 마련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일부 특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은 국내 업체들이 공급 독점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박 수주 전에 선수급 비율 등을 감안한 수익성 평가를 거치도록 하면 국내 업체들끼리의 저가 수주 경쟁이 방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