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연 10%대 중금리대출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사업자로 KT와 우리은행이 주도하는 K뱅크와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이끄는 카카오뱅크를 선정했다. 이들 사업자가 모두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를 주된 경영목표로 내세운 만큼 연 10%대의 중금리 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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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전문가들은 빅데이터 등 핀테크(금융과 IT의 결합)를 활용한 혁신적인 신용평가모델이 성공의 열쇠라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 대출 신청자의 부실 여부를 가려낼 능력을 갖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인터넷전문은행, 중금리대출 시장 확대 계기 될 것”

국내 금융권 대출금리는 은행권의 연 2~6%와 저축은행, 카드, 대부업계의 20%대로 나뉘어있다. 연 10%대 중금리 대출시장이 실종된 기형적인 구조다. 1~3등급 우량 등급자를 제외하면 은행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개인신용평가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1~3등급 비중은 42%에 달했다. 4~6등급 비중은 45%, 7~10등급 비중은 13%였다. 이를 고려하면 국민의 절반가량인 중등급(4~6등급) 대출자 대부분이 비정상적인 금융시장 때문에 자신들의 신용등급에 맞지 않는 고금리에 시달려 온 것이다.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한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금융위가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중금리 대출 능력에 가산점을 부여한 것은 이런 맥락이었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비어있는 중금리 시장에서 수익모델을 창출하면 빠른 시일내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K뱅크나 카카오뱅크의 경우 IT인프라 기반의 고객 3000만~4000만명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개개인의 신용등급을 판별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취급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이 주도하는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통해 확보한 4000만 가입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등급을 100등급까지 세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뱅크월렛카카오 등 기존 핀테크 서비스를 인터넷전문은행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와 결합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든다는 목표도 세웠다.

KT와 우리은행이 이끄는 K뱅크는 새로운 형태의 신용평가 지표를 만들 수 있는 빅데이터를 보유한 것이 강점이다. K뱅크는 이를 통해 4.9%~15.5%의 중금리 대출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송금, 계좌개설, 대출, 자산관리 등이 가능한 폰뱅크를 구현하겠다는 것도 K뱅크의 전략이다.

◆관건은 중금리 대상 개인 신용평가시스템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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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사업자들이 이런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이고 차별화한 신용평가시스템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중금리 대출의 부실 여부를 가려낼 만한 신용평가모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 2005년 중금리 대출상품인 셀렉트론을 출시했지만 부실 대출이 늘어나 결국 판매를 중단했다. 한국SC저축은행이 여러차례 중금리대출 상품을 취급했다가 중단한 것도 같은 이유다. 중금리 신용평가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량 등급자나 하위 등급자와는 달리 중등급자의 정보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 빅데이터 등을 통해 중등급자 신용평가모델을 정확하게 만들지 못하면 부실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해외사례에 비춰볼 때 인터넷전문은행은 설립 초기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금리와 수수료 조건을 내건다. 하지만 혁신적인 신용평가시스템이 없다면 공격적인 영업을 지속하긴 어렵다. 부실 대출 신청을 걸러내지 못하면 손실을 감당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이 없어 운영비용 측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으나 자금력이나 노하우 측면에서 기존 은행에 한참 뒤처진다. 대출자의 신용등급에 걸맞은 수준의 금리를 산출해 내는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이 없다면 부실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