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이 만든 시장에 뛰어들어 16년간 그 시장을 만들고 서비스를 해 온 기업이 위기를 맞아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내년 1월 ‘금융거래 수반 주소 일괄변경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사를 했을 때 시스템에 새 주소를 등록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우편물을 새 주소로 보내주는 편리한 서비스다.

문제는 한 중소기업이 같은 서비스를 16년 전부터 같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 11명인 중소기업 짚코드는 IMF 직후인 1999년 주소 일괄 변경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사 후 사이트에 접속해 새 주소를 한번 입력하면 은행, 통신사, 유통업체 우편물이 새 주소로 날아온다.

회원 가입 같은 번거로운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공인인증서나 휴대폰 인증 등을 통해 본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새 주소만 넣으면 그만이다. 짚코드는 이 서비스로 매해 연간 약 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짚코드 서비스는 무료다. 개인에게 돈을 받는 대신 은행이나 기업에서 건당 수수료를 받아 매출을 올린다.

짚코드는 이 시장을 만들기 위해 16년이란 시간과 중소기업 입장에선 큰돈을 쏟아부었다. 금융사 보안심사에 통과하기 위해 시스템 구축에 들인 돈만 10억원이 넘는다. 2004년부터는 KT와 제휴, 'KT무빙'이란 브랜드로 영업을 시작했다. 우정사업본부 등 공공기관과 기업은행 등 금융권, 이마트 등 유통업체와도 협력 중이다.

짚코드 나종민 대표는 “처음 금감원이 사업 계획을 발표했을 때 항의하자 금감원이 ‘같은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금감원은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금융권은 금감원이 서비스하고 그 외 분야는 짚코드가 서비스를 하자는 것이다.

금감원 측은 “짚코드와 계약한 금융사 숫자가 적어 제대로 서비스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짚코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금융업체는 전체 금융사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국민에게 온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금감원은 “‘주소일괄 변경 시스템’을 도입하면 짚코드에게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짚코드 측은 금융 서비스를 분리할 수는 없다고 반발한다. 현재 서비스 90%가 금융권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나 대표는 “금융권 서비스를 못하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며 “영업권 침해이니 사업을 중단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