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이 '쿠션화장품' 특허를 놓고 3년여간 지속해온 특허 소송전이 최근 마무리됐습니다. 특허를 지키려는 아모레와 해당 특허는 '진보성'이 없어 무효라는 LG의 공방(攻防)이었죠. 쿠션화장품은 촉촉한 파운데이션을 우레탄 소재의 스펀지와 결합해 마치 도장처럼 찍어 바르기 좋고, 피부에도 잘 스며들도록 만든 제품입니다. 3년간 치열하게 싸우던 양사는 최종 판결을 보름 앞두고 극적으로 화해하고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아모레는 쿠션화장품 특허를 LG와 공유하고, LG는 치아 미백 관련 특허를 아모레에 내주기로 하면서 서로 손을 잡은 겁니다. 양사는 "'K뷰티 확산'을 위한 타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송전이 타협으로 마무리를 지었고, 그 명분도 아름다우니 이번 일은 국내 화장품 업계의 훈훈한 미담(美談)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국내 40여 개 중소 화장품 업체들은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입니다. "대기업들끼리 담합해 잇속을 챙기고 중소기업들을 완전히 배제시켰다"는 험한 소리도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아모레는 2008년 처음 '쿠션화장품'을 개발했고 화장품 용액의 끈적거림, 스펀지의 재질과 단단함 등 세세한 특허를 다수 갖고 있습니다. 이후 유사한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한 LG생건과 40여 중소업체는 '새롭거나 진보한 기술이 아니라서 특허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아모레와 LG는 3년 전부터 쿠션화장품과 관련한 주요 특허 세 건을 놓고 공방을 벌여 왔습니다. 첫 번째 소송에선 LG가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 승소해 핵심 특허가 무효 처리됐습니다. 또 다른 특허 2건에 대해 각각 1심까지 마친 소송에서 1승1패를 기록하고 2심을 진행하다가 서로 "타협하자"고 나온 것입니다.

문제는 양사가 이번 합의에서 "특허를 인정할 테니 두 회사만 공유하자"고 한 점입니다. 아모레는 "상응하는 로열티 등 대가를 치르는 기업과 추가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자원이 부족한 40여 개 중소업체는 사실상 유사 기술을 활용해 쿠션화장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할 수 없을 위기에 내몰린 상황입니다. 중소업체 입장에선 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기도 전에 뒤통수를 맞은 셈입니다.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개발한 업체의 노력은 시장에서 보상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다양한 자원을 가진 대기업끼리 울타리를 쳐서 시장을 분점하고, 중소기업은 그 밖으로 내몰아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세계시장에서 갈수록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K뷰티'의 진정한 확산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상생할 수 있는 묘안을 찾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