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24일 오후 5시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정·관·재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김기현 울산광역시장,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자리를 빛냈다.

범현대가가 모두 모인 자리라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새로운 사업 협력을 모색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특히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현대그룹의 구원투수로 현대차그룹이 등판할지 관심을 모았다.

11월 24일 오후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주영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 첫번째)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 첫번째)이 서로 시선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화해하는 극적인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두 회장은 다른 출입구를 통해 행사장에 입장했다. 행사장에서 함께 있었던 1시간 동안 서로 자리를 함께하거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다른 출입구로 빠져나갔다.

재계 관계자는 “2010년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다퉜던 두 회장의 관계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정주영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안내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가족 대표로 이날 행사를 주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귀빈들을 직접 맞이했다. 정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선친께서 이루신 필생의 업적을 되돌아보니 다시 한번 깊은 감회와 무한한 존경을 금할 길이 없다”며 “자손들은 선친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정은 회장은 현대가 며느리들과 인사했다. 정몽준 현대아산 이사장과도 마주쳤지만 인사를 나누거나 대화를 하지 않았다.

현 회장은 2013년 3월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 한도 확대 등을 위한 정관을 변경했는데, 당시 정몽준 이사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에서 반대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의 2대 주주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왼쪽)이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축사에서 “정주영 회장이야말로 ‘대한민국 1세대 벤처기업가’라고 말할 수 있다”며 “불꽃 튀는 창의력과 끝없는 모험적 도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취하는 개척정신이 오늘날 디지털시대, 벤처시대에도 통하는 진리”라고 말했다.

정주영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차량을 기다리며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