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체제를 경제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새로운 기후체제가 출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후손들을 위한 의무."
20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5 기후에너지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후변화 정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각종 정책이 가져올 경제적인 효과에 주목했다. 이회성 유엔(UN)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의장은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제도가 신기술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가 되고, 이것은 새로운 기회가 가득한 세상을 만든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빈곤 해결과 새로운 부의 구축에 도움이 된다는 게 이 의장의 생각이다. 이 의장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 너무 큰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면서 "에너지를 안정적이면서 탄력적으로 공급하는 혜택이나 개도국 발전에 따른 가치, 고용 창출 가치 등을 포함하면 새로운 기회 영역으로 인정받을 만하다"고 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글로벌 녹색성장기구(GGGI) 이사회 의장도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와 관련된 일자리를 800만개 이상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고 소개했다. 유도요노 의장은 인도네시아 전직 대통령이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기후변화는 양국의 안보와 경제발전에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경제에 악영향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미래의 청정에너지 시장은 거대해지고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면서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정책들로 인해 혁신이 일어나고, 혁신적인 기업가들은 새로운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도 "미래 에너지 강국은 자원을 많이 보유한 나라가 아니고 신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현실화하는 솔루션을 보유한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는 저유가에 따른 경제성 저하로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신기술이 위축될 거라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신기술 개발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는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대한 다양한 논의도 나왔다. 여러 전문가가 COP21에 미국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한편으로는 국제 사회가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했다. 미국과 중국은 과거 교토의정서에 참여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빅터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오는 2100년 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높아지지 않게 막는다는 현재 국제 사회의 합의는 비현실적"이라면서 "이런 이유로 COP21 비관론이 대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빅터 교수는 "모두가 목표로 삼을 만한 새로운 지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획기적인 기술 변화가 필요한 만큼 기업이 아닌 정부가 기술 개발에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COP21에 긍정적인 전망도, 비관적인 자세도 아닌 균형감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대사는 COP21에 한국 수석 대표로 참석한다. 최 대사는 "우리는 COP21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으면서 모든 당사자에게 적용이 가능한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앞에는 굉장히 험난한 길이 펼쳐져 있다"고 말했다.
최 대사는 구체적으로 54쪽이나 되는 파리 협약 초안문의 문구를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또 "이를 해결하는 것이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라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후손을 위해, 또 환경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의견도 여럿 나왔다. 환경 정책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을 깨끗하고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을 쓰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금세기가 끝나기 전까지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라면서 "각국이 제출한 기후행동계획(INDC)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은 줄겠지만, 우리는 아직도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그것도 당장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하이빈 중국 베이징대 교수는 "시진핑 정부의 환경 정책을 살펴보면 이전 정부에서 찾을 수 없는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과거 중국 정부는 환경 문제를 주로 경제와 연관시켰지만 이제는 정치, 도덕, 안보 등 다양한 이슈와 폭넓게 연결해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은 중산층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도시 거주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면서 "이들은 환경을 보호하지 않으면 당장 그 피해를 본인들부터 입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날 행사 마지막에 콘퍼런스의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상협 카이스트(KAIST) 초빙교수는 COP21의 성공을 위한 5대 권고안을 채택해 발표했다. 권고안은 최종 의견 수렴을 거쳐 반기문 UN 사무총장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권고안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고 수준의 콘트롤타워를 설치하고, UN의 역할과 노력을 존중하면서 국제기구가 상호 협력을 강화하며, 전 세계적으로 탄소에 가격을 도입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확대하고, 소통 플랫폼을 강화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 교수는 "일본이 설립을 주도한 아시아개발은행(ADB)와 한국에 본부가 있는 녹색기후기금(GCF),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이 긴밀하게 협력한다면 기존 조직을 활용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면서 "각국 대선주자들이 10년 단위 기후공약을 발표하는 것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