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눈에 띄게 줄어 저희도 놀랐습니다."
인천 시내버스 회사인 원진운수는 2013년부터 버스 한 대당 30만원을 들여 회사 소속 시내버스 43대에 디지털운행기록계(DTG·Digital Tacho Graph)를 모두 설치했다. 디지털운행기록계란 설치된 차량의 GPS 정보를 기반으로 해당 차량의 운행 시간부터 운행 속도, 브레이크 작동 여부, 가속도, 핸들 조작 등 차량 운행에 관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장치다.
디지털운행기록계는 운전자의 운행 습관을 빅데이터 형태로 저장해 회사에 설치된 '운행기록 분석시스템'에 전송한다. 운행기록 분석시스템은 이 데이터를 분석해 각 운전기사가 어떤 운전 습관을 갖고 있는지 분석해주고, 어떤 계절·요일·시간대에 잘못된 운전 습관이 나오는지도 분석해준다. 이용남 원진운수 상무는 "분석된 자료를 가지고 운전기사들을 불러 각자 잘못된 운전 습관을 알려주었더니 사고 건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디지털운행기록계를 설치 중이던 2013년 원진운수에서 발생한 대인 교통사고는 총 27건, 대인 교통사고율 62.8%를 기록했다. 하지만 디지털운행기록계 설치가 완료되고 운전기사들에 대한 운전 컨설팅을 실시한 결과 2014년에는 대인 사고 건수가 12건, 대인 교통사고율은 27.3%로 줄어들었다. 같은 해 인천 시내버스들의 평균 대인 교통사고율이 79.5%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이 상무는 "대인 사고 대부분이 버스가 급제동하거나 급가속을 해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이 넘어지면서 다치는 경우인데,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전기사들을 지도했더니 곧장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13년 12월부터 전국의 사업용 차량에는 디지털운행기록계 설치가 의무화됐다. 사업용 차량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발생 비율이 일반 차량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운행기록계 설치가 의무화되고 운행기록 분석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작동한 지난해부터 사업용 차량의 사고 건수는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공단이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운행기록 분석시스템을 통해 전국 1000개 운수회사 소속 운전기사 2400명의 운전 습관을 집중적으로 교정한 결과, 이들 회사의 교통사고 건수는 2013년에 비해 68.4%, 법규위반 건수는 49.7%,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66.1%가 감소했다. 1년 만에 나타난 효과다. 공단 측은 "디지털운행기록계와 운행기록 분석시스템을 통한 운전 컨설팅은 이미 여러 곳에서 효과가 입증됐기에 자신했던 결과"라고 밝혔다.
실례로 디지털운행기록계 설치가 의무화되기 전부터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한 충남 '우등관광'의 경우 4년 연속 대인 사고 수 '0건'을 기록했다.
디지털운행기록계와 운행기록 분석시스템은 각 시도별로 잘못된 교통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공단은 각 회사에 수집된 운행기록 분석 결과를 다시 수집해 사고 다발지점과 사고 유형을 묶어 2차 분석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지역 도로관리청에 사고 다발지역에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거나, 잘못된 교통신호 조정을 건의할 수 있게 됐다. 교통안전공단 오영태 이사장은 "평소 본인의 운전 습관이 잘못된 것을 몰랐던 운전기사들의 운행 습관을 고치는 데에 운행기록 분석시스템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올해에도 17만대 이상의 사업용 차량에 대한 운행기록 분석을 완료하여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집중된 사업용 차량의 교통사고가 더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