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국선열의 날(11월16일)을 맞이하여 17년동안 아무도 찾지않은 순국선열2835명의 위패가 있는 현충사가 재조명 되고있다.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 한편에 자리 잡은 순국선열 위패봉함관 '현충사'. 무궁화 조화(造花) 한 송이가 놓인 헌화대를 지나 사당 입구로 들어서니 순국선열 2835명의 위패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나다순으로 층층이 늘어서 있는 위패들 가운데 빨간색 스티커로 표시된 위패에는 안중근·이봉창·유관순 등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들 이름이 적혀 있었다. 현충사를 관리하는 순국선열유족회 김시명(69) 회장은 "56평에 불과한 현충사는 일본 야스쿠니 신사나 대만 충렬사 등 이웃 나라의 유공자 사당과 비교하면 크기가 500분의 1도 안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재 현충사로 쓰이는 건물은 본래 구한말 독립협회의 독립관(원래 모화관)을 복원해 1997년 지어진 것인데, 소유권을 가진 서울시가 순국선열유족회에 관리를 위탁하면서 순국선열 위패를 모셔놓는 사당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나 시에서 일절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아 지난 17년간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 있었다. 작년 4월 김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야 처음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김 회장이 사재(私財)를 털어 현충사를 관리할 직원과 해설자를 고용하면서 겨우 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11월 17일로 지정된 '순국선열의 날' 추모제에 매년 정부 지원금 600만원이 나오는 것 외에는 유족회에 들어오는 자금이라곤 1년에 월간지를 만들어 버는 돈이 전부라 한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민의례를 하며 순국선열에 대해 묵념(默念)을 올린 기억이 있겠지만, 정작 어떤 이들을 순국선열로 부르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 했다. 흔히 애국지사로 알려진 인물들은 살아서 광복을 맞은 독립운동가를 지칭하지만, 순국선열은 일제 강점기에 항일전투나 사형·고문 등으로 1945년 광복 이전에 사망한 독립운동가들을 뜻한다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순국선열의 수를 약 1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현재 국가에서 파악하고 있는 인물은 3300여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마저도 500여 명은 사당 규모가 작아 아직 위패를 모시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국립현충원에도 애국지사들 묘역만 설치돼 있고 순국선열 묘는 전국에 흩어져 있다고 했다.
올해부터는 이런 상황이 좀 나아질 전망이다. 행정자치부가 올해 순국선열의 날에 열리는 추모제 비용 중 1200만원을 지원하고, 주요 인사 초청 및 행사 진행 등을 돕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순국선열유족회 관계자들을 만났던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순국선열들의 노력과 희생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