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들한테는 시세 같은 게 따로 없어. 중국인들은 시세보다 4~5배를 더 주더라도 사고 싶은 땅은 그냥 사더라고." (제주시 한림읍 J공인 관계자)

"땅을 1000평, 2000평씩 큰 덩어리로 사면서 평당 20만~30만원씩 지르니까 가격이 (시세보다) 높을 수밖에 없죠." (서귀포시 성산읍 D공인 관계자)

정부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도입한 부동산 투자 이민제가 시행된 지 햇수로 6년째. 그 사이 제주도에는 중국인 부동산 투자 열기가 불어닥쳤다.

시행 초기에는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자 이민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제주 부동산 '폭식'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일각에선 중국 투기 자본 때문에 제주가 투기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 중국인 보유 토지 4년 새 737만㎡ 증가…땅값만 8000억원

중국인들의 제주도 토지 매입은 2011년 이후로 해마다 증가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2011년 중국인들이 소유한 제주도 토지는 총 1029 필지로, 전체 외국인 소유 필지(4110 필지)의 25% 수준이다. 토지 금액도 약 589억원으로 전체(약 3081억원)의 19.14%였다. 면적도 약 142만㎡ 정도로 미국인(약 394만㎡)이나 일본인(약 222만㎡)이 보유한 토지보다도 적었다.

중국인들은 2012년에는 519필지, 토지 면적 약 51만㎡를 추가로 매입하는데 651억원을 투자했다. 2013년에는 2157 필지에 122만㎡을 더하는데 937억원을 추가했고, 2014년에는 3083필지, 519만㎡를 사들이는데 6021억원을 쏟아부었다.

올해는 9월 말 현재 중국인들이 소유한 토지는 총 7205 필지, 878만㎡로 땅값은 약 7991억5000만원이다. 2011년 말과 비교하면 6176필지, 면적 737만㎡가 증가했고, 토지 금액도 7401억8500만원이 늘었다.

제주도 내 공인중개소 말을 종합해보면 이렇게 중국인의 토지 매입 금액이 급증한 이유는 중국인들이 매입한 토지 양이 많은 것도 있지만 시세보다 몇 배 높은 돈을 내가며 땅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제주시 한림읍 J공인 관계자는 "도로로 이어지지 않은 땅의 경우, 보통 가격이 낮은 편인데, 중국인들은 그런 곳들까지 한꺼번에 가격을 매겨 사버린다"며 "보통 이럴 경우 비싼 쪽의 땅을 기준으로 시세를 잡는다면 전체 거래액은 시세보다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중국계 기업 투자도 활발…총 사업비만 약 5조6000억원

제주도에 투자한 외국 기업 리스트를 살펴봐도 중국계 기업의 투자가 눈에 띈다.

2015년 상반기(6월 말)를 기준으로 보면, 투자 규모가 50억원 이상인 그린필드형 사업(해외투자 시 기업이 스스로 부지를 확보하고 사업장을 건설하는 외국인 직접 투자 방식) 21개 중 16개 사업이 중국계(중국·홍콩)다.

중국계 기업의 제주도 투자 총 사업비는 5조6476억원이며, 이 가운데 약 7억8000만원은 이미 투자가 진행됐다.

중국계 녹지그룹은 2012년 10월 사업비 1조5000억원 규모의 제주헬스케어타운 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77만8000㎡의 토지를 매입했다. 이후 지난해 8월 1단계 사업으로 휴양콘도 400가구를 분양했으며 2단계 공사도 진행 중이다. 또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지 중 투자자가 정해지지 않은 35만4000㎡의 토지도 추가 매입하기로 하고 최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람정제주개발이 공사 중인 신화역사공원 내 테마파크 부지.

홍콩계 람정그룹도 지난 2013년 10월 사업비 1조8000억원 대의 신화역사공원 개발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231만9000㎡의 땅을 사들였다. 이후 싱가포르계 겐팅과 합작해 람정제주개발을 설립한 뒤 올 2월부터는 신화역사공원 내 테마파크 공사를 진행 중이다.

◆ 중국인 위주 영업에 지역 주민과 마찰 빚기도

중국인 부동산 투자가 늘고 있지만, 이를 보는 제주도민의 속내는 그리 편치않다. 중국인이 산 땅에 중국 업체가 호텔을 지어 중국 관광객만 상대로 영업하는 것이 제주도민들의 정서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현지 도민들은 "중국 관광객만 대상으로 영업해 중국인들이 쓰는 돈이 국내에 안 풀린다"며 불만들 드러낸다.

중국계 덕림이 149억원을 투자한 '덕림제주샹그릴라호텔'은 한국인의 이용을 막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중국인들을 대상으로만 영업 중이다. 호텔 프런트로 전화해 한국인도 투숙이 가능하냐고 물으면 직원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위주로 손님을 받기 때문에 한국인은 숙박이 어려울 것"이라고 직접 얘기할 정도다.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다.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 주민들은 중국계 부동산 개발업자들과의 갈등에 이골이 났다.

중국계 부동산 개발업자가 매입한 제주 한림읍 월령리 일대 부지.

월령리 주민들은 지난 2008년부터 '제주월령지구 풍력발전사업'에 나섰으나 지금은 사업계획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한림읍 월령리와 금능리 일대에 300여 필지 이상을 매입한 박모 씨 등이 휴양형 위락시설 사업을 추진한다며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지난 2010년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뒤 2011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월령리와 금능리 일대 토지를 매입했다.

사업 공회전이 장기화하면서 시공사로 선정됐던 두산중공업은 사업을 중도 포기했고, 박 씨가 매입한 필지들은 사실상 방치돼 있다. 박용수 월령리 이장은 "민원을 제기한 박 씨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마을 전체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이 이렇게 지체되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