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전매 부추기는 떴다방 '득실'
단속 구청 공무원과 숨바꼭질

"우리가 이 바닥에선 가장 큰 부동산이라 보면 됩니다. 전매제한 기간은 중요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거래한) 경험 많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떴다방 업자)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을 재건축하는 '송파 헬리오시티' 견본주택(모델하우스) 앞. 늦가을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씨였지만 국내 재건축 시장의 최대어(漁)로 꼽힌 재건축 아파트 분양 단지인 만큼 예비 청약자들은 모델하우스가 열리기 전부터 긴 줄을 늘어서 있었다. 분양권 전매를 부추기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송파 헬리오시티 견본주택 앞에서 예비 청약자들이 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견본주택 개장 시각인 오전 10시가 채 되기도 전에 3~4곳의 떴다방이 출구 쪽에 몽골텐트를 쳤다. 이들은 최대한 출구 쪽과 가까운 자리를 얻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시간 쯤 뒤 송파구청 공무원들이 단속에 나서자 이들은 텐트를 접고 철수했다. 한 떴다방 업자는 "우리 어차피 다 나눠먹기 해야 돼"라면서 "오늘은 이렇게 됐지만, 주말까지 (영업을) 못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송파 헬리오시티 견본주택 출구 쪽에서 진을 친 떴다방 업자들.

그러나 개별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1인 떴다방'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었다. 단속과 관계없이 견본주택 출구 쪽에서는 십여 명의 업자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순서가 되면 견본주택을 방문하고 나오는 예비 청약자를 붙잡고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 달라"면서 "당첨되면 수천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은 기본이니 연락을 하겠다"고 말하며 명함을 돌렸다. 송파 헬리오시티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은 6개월로, 이 기간에 분양권 전매 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다.

개별적으로 영업하는 1인 떴다방 업자들이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1인 떴다방'의 영업 방식도 가지각색이다. 아이패드를 들고 호객행위를 하는가 하면, 시공사의 브랜드 로고까지 들어간 '개인정보 수집·활용 동의서'로 연락처를 받는 업자들도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규에 의거해 송파 헬리오 시티의 사업주체(시행:가락시영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조합, 시공: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삼성물산) 및 XX 공인중개업소는 개인 정보 수집 활용 동의서를 받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이 문서에는 마치 시공사가 공식적으로 제공한 문서처럼 보여 예비 청약자들이 자칫하면 피해를 볼 여지가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소가 임의로 만든 개인정보 수집·활용 동의서.

해당 문서로 개인 연락처를 받던 한 떴다방 업자는 "당첨 사실을 확인하려고 받는 것이지, 악용할 여지는 전혀 없다"면서 "당첨이 안 되더라도 입주권이나 다른 분양권을 전매할 수도 있으니 원하는 주택형을 말하라"며 부추겼다.

같은 문서를 들고 있는 또 다른 업자는 "조합원 입주권에 이미 3000만~50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었고, 저층도 프리미엄이 2000만원 정도"라며 "분양권 프리미엄도 이 정도는 넘을 테니 당첨되면 전화할 수 있게 연락처를 남겨 달라"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회사가 제공한 적 없는 문서 양식"이라면서 "회사 브랜드 로고는 홈페이지에서 언제든 내려받을 수 있는 만큼 중개업소가 임의로 만든 문서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개인정보 제공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개업소들이 눈속임을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떴다방들의 신종 수법"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법령에 따르면 중개업자들이 진을 치는 행위만 불법이고, 개인 업자들이 명함을 돌리고 연락처를 받는 것은 관련 규정이 없어 단속할 수 없다"면서 "견본주택이 열려 있는 기간 떴다방들이 진을 치는 것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